6·3 지방선거가 반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민선 8기 현역 광역단체장에 대한 국민 평가는 대체로 엇비슷했다. 그러나 수치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 인물이 뚜렷하게 부각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한국갤럽은 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만90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6개 시도지사의 직무수행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기간은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다.
전체 평균은 '잘하고 있다' 42%, '잘못하고 있다' 39%로 긍정과 부정이 팽팽했다. 현역 단체장에 대한 민심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김 지사는 예외였다. 긍정평가 50%를 기록해 전체 평균보다 8%포인트 높았다. 부정평가는 25%에 그쳐 평균보다 14%포인트 낮았다. 긍·부정 격차만 놓고 보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수도권 비교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긍정 38%, 부정 49%로 부정평가가 긍정을 크게 앞섰다. 김 지사는 오 시장보다 긍정평가가 12%포인트 높고, 부정평가는 절반 수준이었다.
수도권 3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안정적 우위' 평가를 받았다.지역별로 봐도 김 지사의 수치는 이례적이다. 전통적으로 특정 정당 지지가 강한 지역 단체장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전남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긍정평가다.
영남과 호남이라는 정치적 우위 지역보다도 높은 수치로, 지역 구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정당 효과를 넘어선 인물 평가라는 해석도 힘을 얻는다.
김 지사는 여권 소속 단체장이지만 보수·진보 성향별 평가에서 모두 고른 지지를 받았다. 특히 진보층에서는 전국 시도지사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고, 보수층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성향별 직무평가 순지수에서 김 지사가 최상위권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부산·대전·충북·광주 등 다수 지역에서 부정평가가 긍정을 앞섰고, 일부 지역은 부정평가가 50%를 넘겼다. 현역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흐름 속에서 김 지사의 수치는 더욱 두드러진다.전문가들은 '관리형 리더십'과 '경제 이미지'를 요인으로 꼽는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 지사는 위기 대응과 재정 운용 이미지가 강하다. 대립적 언어를 자제하고 전국 정치 이슈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고 도정 중심 행보를 유지해 왔다. 중도층과 무당층에서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의미는 작지 않다. 현역 단체장에 대한 평가는 선거의 출발선인데, 긍정평가 50%는 방어선이 아닌 확장 가능성으로 읽힌다.
'잘못한다'는 응답이 25%에 그쳤다는 점도 주목된다. 반대 여론의 밀도가 낮다는 뜻이다.
다만 김 지사의 평가가 그대로 선거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소한 '당을 떠난 인물 경쟁력'을 수치로 입증했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의견이 있다. 지방선거 판에서 김 지사라는 변수가 부각되는 이유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1.3~7.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 공개됐다.
수원=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