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왜 홀대하나…" 뿌리산업 대표의 절규

입력 2025-12-29 17:16
수정 2025-12-30 01:32
“제조업의 근간인 금형업체들이 디지털 전환(DX), 인공지능 전환(AX)을 할 때 소액이라도 지원받기가 참 어렵습니다.”

한국금형산업진흥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봉 한국정밀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농민이 농기계를 사면 정부가 구입 자금의 50%를 보조해주는데 금형업체는 그런 혜택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엔 빠른 납기와 품질로 개발을 뒷받침한 금형 기술이 있었다”며 “지금처럼 금형산업이 방치되면 한국 제조업은 중국에 완전히 뒤처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정밀은 연 매출이 100억원 안팎으로 광주 지역에선 ‘맏형’ 격인 금형업체다. 내수에만 의존하는 국내 금형업계와 달리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가 넘는다. 일본 마쓰다·혼다, 미국 포드·제너럴모터스(GM) 등의 1차 협력사를 고객사로 둔 덕분이다. 그는 “국내 시장에서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을 하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려 해외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달 초 일본 거래처를 모두 돌아보고 왔다”며 “일본 자동차산업도 올해와 내년 전망이 매우 좋지 않아 금형 제품이 여전히 비싼 미국에서 수요처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신규 고객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는 건 시장 상황 때문이다. 금형 주문은 최근 5년간 반토막이 났다. 금형산업의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산업이 전기차로 전환해 부품 개발에 필요한 금형 수요가 급감한 여파다. 가전 공장도 이미 해외로 옮긴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중국 금형은 이미 추격을 넘어 추월 단계로 들어갔다. 김 대표는 “가격은 한국의 반값인데 품질은 80% 이상인 중국 금형이 세계시장을 잠식 중”이라고 전했다.

그가 한국 금형의 생존법으로 내세운 건 AX다. 김 대표는 “숙련공이 하던 업무를 데이터로 모아 인공지능(AI)이 학습하면 부품을 찍어보고 수정하는 단계(트라이아웃)를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대부분 30년 넘은 노후 장비를 쓰는 금형기업들이 개별적으로 감당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원 50명 규모인 금형회사가 DX나 AX 시스템을 갖추려면 10억원 이상 들어간다. 영업이익률이 5% 이하인 금형업계에는 언감생심이다. 유일한 선택지는 연간 이익을 뛰어넘는 AX 비용을 은행 대출로 조달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고 시간 규제까지 있는 상황에서 AX가 현장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정부가 금형 AX를 제조업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달라”고 요청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