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9일 15:5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 3대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매각 작업이 늘어지고 있다. 주요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인수전에서 이탈한 가운데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유력 인수 후보가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우선매수권을 가진 F&F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만큼 테일러메이드 매각을 추진 중인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역시 자금 조달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인수 후보를 섣불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센트로이드는 미국 골프 전문 투자사 올드톰캐피탈을 테일러메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사실상 내정했다고 펀드 주요 출자자(LP)에게 알린 상황이다. '우협 내정자'은 IB업계에서 흔히 쓰는 개념은 아니다. 센트로이드는 올초부터 시동을 걸어 지난 3월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테일러메이드 매각 작업이 지연되자 LP들에게 매각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하기 위해 이런 개념을 가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센트로이드가 올드톰을 우협으로 선정하지 않고, 내정한 이유는 인수 자금을 확실히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인수 후보는 출자확약서(LOC)를 마련해 거래를 종결할 수 있다는 자금 증빙을 어느 정도 해야 우협으로 선정될 수 있다. 우협으로 선정된 뒤 자금을 모으지 못해 거래가 무산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올드톰은 시장에 알려진 바이아웃 투자 이력이 거의 없고, 소규모 그로쓰 투자를 주로 하던 곳이다. 골프 전문 투자사를 표방하고 있지만 2022년 설립된 신생 투자사로 2억달러(약 2870억원) 이상의 딜을 해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 이상의 '빅딜'을 대규모 바이아웃 투자 경험이 없는 신생 투자사에 맡기는 건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번 매각 작업은 우협 선정 이후 우선매수권 행사가 남아있기 때문에 센트로이드도 자금 증빙 확인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센트로이드가 올드톰을 우협으로 선정하면 이를 F&F에 즉시 통보해야 하고 F&F는 14일 내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만약 센트로이드가 거래를 종결할 능력이 없는 '허수' 인수 후보를 데려와 우선매수권 행사 가격만 부풀린다면 추후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있다. F&F가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하고 올드톰이 거래를 종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센트로이드엔 큰 부담이다.
F&F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매수권 행사 가격에 따라 자금 조달 시나리오를 어느 정도 세워놓은 F&F는 센트로이드가 '진성' 인수 후보를 데려오면 주어진 시간 동안 테일러메이드 상황을 더욱 면밀히 들여다보고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