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9일 16: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모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따블(공모가 대비 2배),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은 물론, 뛰어오른 새내기주 주가가 풀썩 내려앉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 기관투자가의 단기 매도를 제한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책이 적용된 영향이 크다. 공모 참여로 이익을 보는 투자자가 늘어났지만 ‘적정 가격’이 발견되는데 드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기업공개(IPO) 제도 개선책이 적용된 이후 전날까지 총 22개 기업이 증시에 상장했다. 이중 상장 첫날 19개 기업이 ‘따블’(공모가 대비 2배 상승), 4개 기업이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 개선책이 시행되기 전까지 상장한 기업 52곳 중 상장 첫날 따따블에 성공한 기업이 1곳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기간에는 따블에 성공한 기업도 전체의 절반에 못미치는 19곳에 그쳤다.
새내기주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하반기 증시 호조가 이어진 영향이 크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거듭하면서 새내기주의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IPO 제도 개선책의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도 기관투자가 배정 물량의 30%(내년부터는 40%) 이상을 의무보유 확약 주식으로 채워야 하는 내용이다.
실제 기관 투자가 배정 주식 중 의무보유확약이 걸린 물량의 비율이 뚜렷하게 높아졌다. 최근 증시에 상장한 알지노믹스와 삼진식품, 리브스메드의 기관투자가 확약 물량 배정비율은 82.8%, 77.13%, 41.7%로 나타났다. 작년 확약 물량 배정비율이 19%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높아졌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전 투자한 주주들의 보호예수 확대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최대주주뿐만 아니라 규정상 대상이 아닌 벤처캐피털(VC)에도 ‘자발적’ 의무보유를 요구하는 관행이 제도처럼 굳어졌다는 평가다.
유통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기대감이 커지자 주가 급등이 쉬워졌다는 분석이다. 덕분에 공모에 참여한 일반 투자자들은 적잖은 이익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첫날 주가가 급등하면 매도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는 자금 조달이 시급한 비상장기업의 증시 입성에 유리하다. 공모 기업들은 흥행을 거듭하고 있다. 가장 최근 청약을 진행한 세미파이브는 올해 코스닥 최고치인 15조6751억원의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내년 증시 입성에 도전하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새내기주의 주가 변동성이 과거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새내기주가 원래 주가 급등·급락이 많다고 해도 변동성은 한층 심화된 모습”이라며 “유통 물량이 줄어들면 변동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장일 크게 높아진 주가가 급락하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상장 첫날 따블에 성공한 이지스는 현재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지스의 전 거래일 종가는 1만1540원으로 공모가(1만5000원)보다 23.07% 낮다. 열흘 만에 첫날 고가(3만3300원)의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그린광학과 세나테크놀로지도 이날 각각 공모가보다 7.5%, 19.54% 낮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모두 상장 첫날 따블을 기록한 회사다. 상장 이후 투자한 이들은 적지 않은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기관투자가의 확약 물량이 차츰 시장에 풀리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공모주 시장의 활황은 긍정적이지만, 변동성을 극대화하는 제도 변경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