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율 급락' 고려아연 유상증자 변수되나

입력 2025-12-28 18:06
수정 2025-12-28 23:44

고려아연의 미국 정부 합작법인(JV) 배정 신주 발행가격이 자본시장법상 할인율 규정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주 원화가치가 급격히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데 따른 것이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유상증자의 효력이 무효화되거나 이사회 결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6일 미국 정부가 참여한 ‘크루서블 조인트벤처’(Crucible JV)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이 완료됐다고 공시했다. 발행총액은 19억3999만8782달러 상당의 원화금액이다. 이사회 결의 당시 의사록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원·달러 환율로 납입 당일 하나은행 최초 고시 매매기준율 1460원60전을 적용했다. 이에 따른 원화 환산 신주 발행총액은 2조8335억원이다. 유상증자 결의 당시 발행예정총액 2조8508억원보다 173억원이 줄었다.

고려아연은 발행주식 수를 220만9716주라고 공시했다. 원화 환산 발행총액을 주식 수로 나누면 ‘크루서블 JV’를 상대로 발행된 신주 1주당 가격은 128만2319원이 된다. 기준주가 142만9787원 대비 10.31%가 낮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는 신주 발행가액의 할인율이 10% 이내여야 한다. 기존 주주 보호를 위해 신주 발행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는 것을 금지한 규정이다. 이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5일 이사회 결의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할 때 최대 128만6808원까지만 할인 발행할 수 있고, 그 이하 가격으로는 발행할 수 없다. 즉 이번 신주 발행은 법적으로 받아야 할 최소 발행가액보다 주당 4489원씩 싸게 이뤄진 셈이다.

15일 이사회 결의 당시에는 할인율이 문제 되지 않았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인 이달 12일 하나은행 최초 고시 매매기준율 1469원50전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주당 발행가액은 129만133원으로 책정돼 할인율은 9.77%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사회 결의 후 실제 납입일까지 원·달러 환율이 약 9원 떨어지면서 실제 납입금액 ‘펑크’가 생겼고 이것이 주당 발행가액 기준 미달로 이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정정명령을 내릴 경우 고려아연은 다시 이사회 결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결의한 발행액 확정 이후의 주가 또는 환율 변동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