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어(철갑상어알·사진), 트러플(버섯), 수입 버터 등 고가의 희귀 식자재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등의 영향을 타고 고급 식자재를 구입해 조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지난주부터 방영한 ‘흑백요리사 시즌2’가 글로벌 톱10 TV쇼(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관련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1일까지 롯데백화점의 프리미엄 식자재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0%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서너 배가량 늘었다. 과거 백화점 VIP나 고급 레스토랑에 머물렀던 고가 식자재 수요에 일반 소비자가 본격적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흑백요리사 같은 프로그램에 더해 전문 셰프, 인플루언서의 조리법이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며 프리미엄 식자재를 요리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e커머스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뚜렷하다. 연초부터 이달 21일까지 컬리의 캐비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50% 폭증했다. 수입 버터(21%)와 프리미엄 새우살(15%) 등 요리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품목도 나란히 증가했다. 대형마트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이마트의 올리브유와 수입 버터 매출은 각각 29.2%, 26.3% 늘었다.
식자재 유통업체 CJ프레시웨이는 고급 식자재 유통 확대에 나섰다. CJ프레시웨이가 올해 1~3분기 운영한 이탈리아 프리미엄 브랜드 ‘프라텔리 롱고바디’의 누적 유통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4% 급증했다.
유통업계는 프리미엄 식료품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0월 서울 압구정 본점에서 캐비어, 트러플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강남점 신세계마켓 개장을 계기로 생트러플, 캐비어, 푸아그라 등 고급 식자재 유통을 대폭 확대했다. 식자재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기조 속에서도 특정 품목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식품업계의 ‘가심비’ 소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현진/고윤상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