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무덤' 된 중국…벤츠·BMW도 판매 급감

입력 2025-12-26 17:51
수정 2025-12-27 00:28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가 중국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기술력을 높인 중국 토종 메이커가 고급 차 시장까지 장악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26일 중국자동차유통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BMW의 중국 판매량은 52만8000대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4.7% 감소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는 같은 기간 각각 51만8000대를 판매했는데, 전년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18.7%, 13.3%씩 쪼그라들었다.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3사의 올해 중국 판매량이 모두 두 자릿수로 급감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컨설팅업체 언스트앤드영(EY)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브랜드의 지난 3분기 중국 시장 점유율은 28.9%로 30% 아래로 내려갔다. 5년 전(3분기·39.4%)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넘게 급감한 성적이다. 포르쉐는 이에 따라 중국 내 대리점을 144곳에서 80곳으로 줄이기도 했다.

업계는 계속되는 경기 둔화에 중국 부유층이 독일 브랜드 대신 기술력이 높아진 중국 브랜드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 화웨이가 지난 5월 출시한 프리미엄 전기차 ‘쥐제(마에스트로) S800’은 출시 202일 만에 인도량이 1만 대를 돌파했다. 이 차량은 판매가 10만달러(약 1억4600만원) 이상인 차량 가운데 포르쉐 파나메라와 벤츠 S클래스 등을 제치고 중국에서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비야디(BYD) 산하 고급 전기차 브랜드 ‘덴자’도 11월에만 1만3255대의 차량을 팔았다. 덴자는 다임러와 BYD가 합작해 만든 브랜드로 지난해 다임러는 해당 지분을 전량 BYD에 넘겼다.

고급 차 시장마저 중국 회사가 잠식하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은 로컬화가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64%로 높아졌다. 2010년대 점유율은 40%대였다. 비(非)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나머지 35%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셈이다.

한국 완성차 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가 개발한 첫 전용 전기차 ‘일렉시오’를 10월 말 출시했지만, 11월 한 달간 판매량이 221대에 그쳤다. 일렉시오의 중국 판매 가격은 11만9800위안(약 2460만원)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중국의 자동차 수출로를 활용해 베이징현대를 수출 기지로 전환하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