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과 한화오션의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 회사들을 상대로 교섭에 응하라고 낸 조정 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며 하청노조가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중노위는 26일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와 한화오션 조선하청노조의 쟁의조정 신청에 대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원청을 상대로 한 파업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중노위 결정이 현대제철·한화오션에 그치지 않고, 원청 기업 전반으로 하청 노조의 파업 가능성을 확대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에 행정 판단으로 쟁의권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결정은 하청 노조가 원청을 단체교섭 상대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둘러싼 사법적 다툼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내려졌다.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의 사용자성 여부는 2022년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 이후 항소심이 계류 중으로, 법원의 최종 판단이 확정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노위는 "당사자 간 주장 차이가 커 조정안 제시가 어렵다"며 조정을 종료했고, 사실상 기존 판결 취지를 토대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재차 인정한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업들은 이번 결정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근본부터 흔들 수 있다는 점을 특히 문제 삼고 있다.
원청 사업장에는 이미 교섭대표노조가 존재하는데, 교섭단위 분리 절차 없이 하청 노조의 쟁의조정을 인정하면 복수 노조 간 교섭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노란봉투법'을 앞두고,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가 대폭 확대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중노위 결정이 원하청 노사 관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법적 판단이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성급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사법적 안정성을 훼손했다"며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한 노동쟁의를 인정한 것은 기업 현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교섭대표노조가 존재함에도 교섭단위 분리 없이 별도의 쟁의조정을 인정한 것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했다.
경총은 "노동위원회는 개정 노조법 시행 과정에서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 구조를 일차적으로 가늠하는 중요한 기관"이라며 "이번과 같은 무리한 결정이 반복될 경우 기업들의 제도 수용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