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 논란 시작은 '갑질' 폭로였지만…끝은 세무조사? [김소연의 엔터비즈]

입력 2025-12-27 07:07
수정 2025-12-27 08:25

시작은 갑질 폭로였지만, 끝은 세무조사가 될 전망이다.

방송인 박나래와 전직 매니저들이 고소·고발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 갈등의 종착지는 '박나래에 대한 세무조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순한 감정싸움이나 갑질 폭로를 넘어선 이번 사태는 박나래의 1인 기획사 운영 방식과 자산 형성 과정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졌다. 이 때문에 사정 당국의 세무조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앞서 유명 연예인 1인 기획사에 대한 국세청 조사가 강도 높게 진행됐던 만큼 박나래 역시 수억원을 추징당할 수 있다는 예상도 적지 않다.

사건은 박나래의 전 매니저 A씨를 포함한 관계자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특수 상해, 대리 처방 등을 주장하며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박나래는 "이들이 퇴직 후에도 전년도 매출의 10%에 달하는 금전을 요구하며 공갈 미수 행위를 저질렀다"며 맞고소로 전면전에 나섰다. 최근 박나래 측이 전 매니저들을 횡령 혐의로 추가 고소하면서 사건의 무게 중심은 자금 관리의 적절성 문제로 옮겨갔다.

업계 전문가들은 박나래의 개인 자산과 법인 자금이 모호하게 운영된 정황에 주목한다.

한경닷컴이 확인한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박나래가 거주 중인 이태원 자택은 지난 3일 박나래의 1인 기획사 주식회사 엔파크가 채권최고액 49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2021년 7월 13일 하나은행이 설정한 11억원의 근저당권에 이어 1인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 개인 주택에 거액의 근저당을 설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일반적으로 법인이 개인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행위는 법인 자금을 개인에게 대여했거나, 법인 채무를 위해 개인 자산을 담보로 제공했을 때 발생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적법한 이사회 결의나 시장 이자율에 따른 대여 계약이 없었다면 이는 세법상 '가지급금'으로 분류되어 세무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법인 자금을 개인의 주택 구입이나 대출 상환에 유용했다면 횡령 및 배임 혐의는 물론 법인세와 소득세 탈루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전 매니저 A씨의 폭로 내용 역시 세무조사의 명분이 될 수 있다. A씨는 박나래가 방송 촬영을 위한 장보기나 재료 손질 과정에 매니저들의 노동력을 사적으로 편취했으며, 개인적인 친분 모임인 '나래바' 운영 관련 뒤처리도 매니저들이 도맡았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러한 사적 모임이나 방송 소품 준비 비용을 소속사의 사업 경비로 처리했다면 이는 전형적인 '비용 부풀리기'를 통한 탈세 수법에 해당한다.

연예인이 고가 명품이나 사적인 유흥비를 법인 카드로 결제하고 이를 업무 추진비로 위장하는 행위는 국세청의 단골 점검 대상이다. 아무리 개인 법인이라도 법인 명의 카드로 명품 구매, 차량 구입, 해외 여행 등 개인적 지출을 할 경우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 올해 초 이하늬, 유연석, 이준기 등이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했을 당시 "세무당국과 이견이 있었다"고 해명한 대목 역시 이 지점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었다.

선물 수수를 둘러싼 진실 공방도 세무적 해석이 갈리는 지점이다.

박나래 측은 매니저들에게 명품백과 시계 등 고가 선물을 제공하며 호의를 베풀었다고 주장했으나, 매니저들은 커피차와 명품 구두 등을 상납해야 했다고 맞섰다. 법인이 매니저에게 준 선물을 복리후생비로 처리했으나 그 가액이 증여로 간주될 만큼 고액이라면 증여세가 문제 될 수 있다. 반대로 개인 사비로 처리해야 할 선물을 법인 비용으로 전가했다면, 이 역시 탈루 의혹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매니저들이 폭로한 박나래 어머니와 남자친구에 대한 급여 지급 문제도 쟁점이다.

법인의 실제 급여는 상시 고용자의 노동 대가로 지급돼야 한다. 박나래의 모친은 현재 목포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친이 법인에서 수행한 업무를 입증하지 못하면 '업무상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 전 매니저들은 또한 일도 하지 않은 박나래의 남자친구에게 그들보다 많은 액수의 월급인 400만원이 입금돼 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자금 흐름이 사실이라면, 남자친구의 구체적인 업무 성격과 적정성을 증명해야 한다.

국세청은 통상 고소·고발 사건을 통해 구체적인 내부 자금 흐름이 드러나거나 탈세 의혹이 제기되면 '수시 세무조사'를 검토한다. 박나래는 2022년에도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비정기(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수천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당시 조사는 박나래가 55억원의 이태원 주택을 경매로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세무조사가 현실화된다면 범위는 엔파크의 회계 처리를 넘어 박나래 개인의 종합소득세 신고 누락과 자금 출처 조사로 확대될 전망이다.

더불어 동료 연예인들이 거론된 '주사이모' 불법 의료 행위 의혹과 관련해, 해당 약품 구매비나 진료비를 법인 자금으로 결제했는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비의료인에게 지불한 대가는 정상적인 비용 처리가 불가능하다. 이를 경비로 처리했다면 세법 위반이 된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박나래 개인의 문제를 넘어 1인 기획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경종이 될 것으로 본다.

앞서 황정음은 개인 법인 자금 42억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아 지난 10월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법인은 황정음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매출 역시 황정음의 활동에서 나왔다. 그럼에도 법인의 자금을 임의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과세 당국이 박나래의 50억원대 근저당권 설정과 비용 처리 내역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이번 분쟁은 대형 세금 스캔들로 비화할 수 있다.

한 변호사는 "박나래는 갑질과 주사이모 의혹을 벗는 것만큼이나 세무조사에 대한 철저한 소명이 필요할 것"이라며 "투명한 회계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향후 활동에 큰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