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대리기사도 근로자"…당정 '프리랜서법' 추진

입력 2025-12-25 17:28
수정 2025-12-26 00:57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배달·택배 기사 등 특수고용,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를 원칙적으로 ‘근로자’로 추정해 보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특고·플랫폼 종사자에게 최저임금, 퇴직금, 4대 보험, 주휴수당, 연차휴가 등이 적용돼 막대한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 배달의민족, 카카오모빌리티 등 특고 종사자를 많이 고용하는 플랫폼기업의 사업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고·플랫폼 종사자 근로자로 추정”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주영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등 5개 법률 개정안과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익 보장’을 의원 입법 형식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란 사업주와 근로자의 경계에 있는 특고·플랫폼 종사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각 법률에 “다른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이 법과 관련한 분쟁 해결에서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추정 규정을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로 추정되는 ‘원천징수 인적용역 대상자’는 2008년 326만 명에서 2022년에는 847만 명까지 급증했다. 플랫폼 종사자는 88만3000명으로 2년 만에 22만 명 넘게 늘었다.

현재는 배달라이더 등 특고, 프리랜서는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퇴직금 소송을 제기하려면 자신이 ‘종속적인 근로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근로자 추정제가 포함된 개정안이 통과되면 분쟁 구조가 뒤바뀐다. 특고·프리랜서도 일단 근로자로 추정되면서 기업이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김태선 의원은 “이른바 ‘가짜 3.3 계약’을 근절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4대보험 등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사업소득세 3.3%만 공제하는 프리랜서로 ‘위장 계약’하는 꼼수를 막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지난해 국민의힘 법안과 차별화를 위해 ‘근로자 추정제’라는 강수를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도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노동약자지원법을 발의해 플랫폼 근로자 보호를 강화하려고 했다.

산업계에서는 특고 종사자의 소송이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입증 책임이 사용자에게 넘어가면 근로자에게 매우 유리해진다”며 “기획 소송 등 법적 분쟁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플랫폼기업들은 핵심 영업기밀인 배차 알고리즘 등이 분쟁 과정에서 공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플랫폼기업 “인건비 증가”쿠팡, 배달의민족, 카카오모빌리티 등 프리랜서 활용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온 플랫폼기업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근로관계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최저임금은 물론 퇴직금, 4대 보험, 주휴수당, 연차유급휴가 등을 포함해 1인당 연 수백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한 플랫폼업체 관계자는 “유연한 노무 공급 구조를 전제로 형성된 서비스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증가한 인건비는 배달료 인상, 수수료 인상 등 소비자가격에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는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아예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근로자의 범위를 특고 종사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노동자 단체인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특고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확대 적용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곽용희/강현우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