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로 소비자의 ‘탈팡’(쿠팡 회원 탈퇴) 행렬이 이어지자 지난주 쿠팡의 신용카드 결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문량이 줄자 쿠팡 물류센터도 최근 무급휴직자가 늘어나고 있다.
25일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주(12월 14~20일) 신용카드 결제액(추정치)은 전년 동기보다 3.8% 감소한 815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쿠팡의 주간 카드 결제액이 작년 대비 3% 이상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주 전인 12월 7~13일에도 주간 결제액이 전년 동기 대비 0.9% 줄었다.
올 들어 쿠팡 결제액이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온 점을 고려하면 매출 감소가 더욱 두드러진다.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지난 1~11월 쿠팡의 신용카드 결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1% 늘어 39조7537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규모 정보 유츨 사태로 쿠팡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자 실제 매출 감소까지 이어진 것이다.
쿠팡 스마트폰 앱 이용자도 감소세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의 일간활성사용자(DAU·안드로이드 기준)는 22일 1101만 명으로 집계됐다. 1일 1274만 명에서 13.5% 줄어들었다.
결제액이 줄자 쿠팡 물류센터에서 유휴 인력에게 자발적 무급휴가(VTO)를 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최근 전라광주4센터, 전라광주2센터, 대구2센터, 고양1센터 등 전국 9개 센터에 VTO 실행을 안내했다. 통상 VTO는 물류량이 줄어드는 비수기에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 선물 때문에 12월은 오히려 임시로 인력을 더 채용하는 시기”라며 “무급휴가를 시행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경쟁 e커머스 업체들은 쿠팡 사태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최근 3주(11월 30일~12월 20일) 신용카드 결제액은 2조15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11월 결제액은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쿠팡 사태 이후 반사이익을 보며 이달 들어 결제액이 늘었다. 네이버의 지난해 총거래액(GMV)은 50조3000억원, 쿠팡은 55조861억원이다.
신선식품이 주력인 컬리 역시 최근 3주 신용카드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1070억원으로 집계됐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