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희 오텍그룹 회장이 보치아와 인연을 맺은 건 2009년이다. 강 회장은 당시 훈련장에서 보치아 선수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한 어머니의 모습에 감동받아 후원을 결심했다고 했다. 보치아는 뇌성마비 등 중증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종목으로, 컬링처럼 표적구에 공을 가까이 붙여 점수를 겨루는 방식이다.
강 회장이 보치아에 쏟는 애정은 유별날 정도다. 2009년부터 매출 증가에 비례해 지원금을 늘리겠다는 약속을 지켜왔고, 지금도 매년 수억원을 쏟아붓는다. 강 회장은 “한때 노조와의 갈등으로 힘들었는데 그때 보치아 선수들을 봤다”며 “몸도 성치 않은 이들이 세계대회에 나가 1등을 하는데, 세상을 얼마나 힘들고 단단하게 사는지 보면서 느끼는 게 참 많았다”고 회상했다.
오텍의 이 같은 지원은 한국 보치아 국가대표팀의 경이로운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 보치아는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24년 파리 대회까지 ‘10회 연속 패럴림픽 금메달’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강 회장은 “인천 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땄는데 저녁 뉴스엔 온통 스타 골프선수 이야기뿐이었다”며 “장애인 체육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뇌에 칩을 박아서라도 뇌성마비를 고치고 싶어 하는 부모들의 간절함을 단 한 번이라도 들여다본다면, 우리의 시선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2015년부터는 대한장애인보치아연맹 회장을 맡아 직접 발로 뛰고 있다. 그는 보치아 저변 확대와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실업팀 창단을 독려하는 등 행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