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넥스트 차이나’로 주목받으며 한때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렸지만 올해 들어서는 주요 신흥국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25일 국제금융센터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인도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176억6000만달러(약 25조7306억원) 순유출됐다. 주요 신흥국 중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규모 1위다. 한국(-57억8000만달러), 대만(-89억1000만달러), 베트남(-49억2000만달러)보다 순매도액이 많았다. 외국인 투자자는 2023년 인도 주식을 214억달러어치 순매수하며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지만, 지난해(-7억5000만달러)부터 자금을 회수하는 추세다.
국내 투자자도 인도 펀드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도 펀드 설정액은 1조4849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4472억원 감소했다. 주요 국가별 펀드 가운데 설정액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한때 국내 개인투자자의 ‘톱픽’으로 꼽힌 인도 증시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올해 저조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38개 인도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0.43%로, 주요 국가별 펀드 가운데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두 자릿수대 수익률을 기록한 유럽 펀드(19.94%), 중국 펀드(24.72%), 베트남 펀드(20.74%), 일본 펀드(27.86%), 미국 펀드(17.06%) 등과 대비되는 성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인공지능(AI) 관련주 쏠림이 완화되는 국면에서는 인도 증시가 재평가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올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 지연, 인도 루피화 약세, AI 랠리 소외라는 삼중고가 겹쳐 인도 증시는 부진했다. 인도는 AI산업이 아직 성장 단계에 머물러 있어 외국인 투자자에게 외면받았지만 AI 쏠림 현상이 누그러지면 인도 증시에 다시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글로벌 테마 쏠림이 완화되면 점진적인 수급 개선과 함께 반등 여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