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둘러싼 폭로가 '사적 복수'? "보좌진 실체 공개한다"

입력 2025-12-25 11:10
수정 2025-12-25 12:10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대한항공 숙박권', '공항 의전' 논란과 관련해 "고심 끝에 폭로한 보좌진들의 대화방 내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제 몫이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전직 보좌직원들과 무슨 일이 있었느냐',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느냐'라고 묻는다"면서 "그들의 면직 사유를 알고 있는 가까운 지인들은 '대화방을 공개하면 되지 않느냐, 왜 참고만 있느냐'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보자는 동일 인물, 과거 함께 일했던 전직 보좌직원으로 추정된다"면서 "저도 한 사람의 인간인데 인내와 배려에도 한계가 있다. 그들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면서 폭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직을 하며 의원과 보좌직원의 관계는 위계가 아니라 동지애, 나아가 형제애에 가까워야 한다고 믿었다"면서 "그 믿음은 12월 4일, 윤석열의 불법 계엄 사태 다음 날 산산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김 원내대표는 "6명의 보좌직원이 만든 '여의도 맛도리'라는 비밀 대화방을 알게 됐다"면서 "가식적인 겉웃음 뒤에서 내란을 희화화하고, 여성 구의원을 도촬하여 성희롱하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저와 가족을 난도질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2024년 12월 9일, 그날을 저는 잊지 못한다"면서 "저는 이들 6명에게 '텔레그램 대화방을 봤다. 사유는 잘 알 테니 각자의 길을 가자 다시는 인연 맺지 말자'고 직권면직을 통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인연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6월 원내대표 선거를 기점으로 상황은 악연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변호사 출신 전직 보좌직원 두 명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의정 활동을 넘어, 거의 모든 것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서로 신뢰 속에서 오갔던 말과 부탁, 도움은 이제 '갑질'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했다"면서 "이들은 저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뒤 사실과 왜곡, 허위를 교묘히 섞어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웃으며 나눴던 말들은 추억이 아니라, 저와 가족을 겨누는 흉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불교방송(BBS) 라디오에서 "보좌진과의 갈등을 탓하기 전에 의원 본인이 어떤 처신을 했는가 하는 반성의 계기가 우리 국회의원 전체가 갖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당내 단체 채팅방에 "저를 둘러싼 각종 보도로 심려를 끼쳐 더 송구한 마음"이라는 입장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악감정에 의한 그들(면직된 보좌직원)의 사적 복수일지라도 누구를 탓하겠나", "또 다른 빌미로 트집과 공격을 할지 모르지만, 쏟아지는 빗줄기는 감내하겠다", "제 든든한 우산인 의원님들을 믿고 견디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앞서 한겨레는 김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 2박 3일 동안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160만원 상당의 서귀포 칼 호텔 최고급 객실(로얄스위트) 숙박권을 가족들과 함께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또 김 원내대표 가족의 2023년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김 원내대표 쪽 보좌진과 대한항공 관계자가 공항 편의 제공 등을 논의했다고도 보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