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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대표하는 공연장인 케네디 센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로 한 결정에 대한 반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불법 이사회를 통해 개명을 결정했다는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민주당 소속 조이스 비티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케네디 센터 이사회 구성원들이 트럼프의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트럼프가 스스로 의장을 맡고 그의 측근들이 이사로 참여한 케네디센터 이사회는 지난 18일 센터의 명칭을 ‘도널드 J.트럼프 및 존 F.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로 변경하는 투표를 실시했다. 그리고 하루만인 19일에 센터 외관에 트럼프의 이름을 새겨 넣는 작업을 실행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는 케네디 센터의 이름 변경에 항의하는 시위들이 잇따라 열렸다. 케네디 가문 구성원을 비롯, 문화계도 트럼프가 임명한 이사회 멤버들이 결정한 케네디 센터의 이름 변경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백악관 동관을 허물고 대형 연회장을 짓고, 미국평화연구소 이름을 트럼프 이름을 붙이는 등 트럼프의 이미지와 이름을 심는 작업들을 잇따라 펼치고 있다. 지난 22일에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이 새로 건조할 전함을 ‘트럼프급’으로 명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케네디센터에서 진행된 케네디 센터 명예상 시상식도 본인이 직접 사회를 맡고 수상자 선정에도 관여했다. 수상자는 트럼프를 지지해온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 록밴드 키스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 등이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에는 여러 예술가와 공연자들이 그의 정책에 항의하며 보이콧하겠다고 위협하자 케네디 센터 명예상 시상식에 불참했다. 이 시상식은 일반적으로 연예인이 사회를 맡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티 의원의 소송은 센터의 역사를 담고 있다. 1960년대초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국립문화센터’로 불리는 건물을 건립하도록 추진했다. 그가 1963년에 암살된 후 의회가 센터 이름을 그의 이름을 따는 것으로 변경햇다.
소송장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케네디 센터를 케네디 대통령을 기리는 살아있는 기념관이자, 정당에 관계없이 모든 미국인을 위한 예술의 보석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의회가 법령으로 센터의 이름을 정했기 때문에, 케네디 센터의 이름을 바꾸려면 의회의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티의원은 케네디 센터 이사회 당연직 이사 자격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그녀는 명칭 변경이 트럼프 지지자의 집에서 열린 "가짜" 회의에서 사전 통보 없이 결정되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으나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순간 음소거됐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2월에 이 센터의 의장으로 스스로 임명한 후 많은 예술가들이 케네디센터의 공연을 거부하고 있다.
소송에 이름이 오른 케네디 센터 이사회 구성원에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팸본디 법무장관, 컨트리가수 리 그린우드, 폭스뉴스 진행자 로라 잉그램이 포함돼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