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오전 외환시장 구두 개입과 함께 ‘국내 투자·외환 안정 세제 지원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장 초반 1484원90전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이번 조치로 전날보다 33원80전 급락한 1449원80전(오후 3시30분)에 마감했다. 일단 급등세에는 제동이 걸린 모습이지만 시장 불안감이 완전히 불식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서학개미’가 해외 주식을 팔아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하면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20%)를 1년간 비과세해 주기로 했다. 주요 증권사를 통해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출시하고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금에도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해외 투자자의 국내 복귀를 유도해 외환시장 안정과 국내 증시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려는 의도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파격적 내용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원화 약세의 근원적 요인을 제거하기보다 주식 자금의 일시적 수급을 비트는 임시 처방의 성격이 강하다. 1600억달러가 넘는 해외 주식 보유 잔액 가운데 세제 혜택을 노리고 얼마나 많은 자금이 돌아올지도 불투명하다. 미국 시장을 향한 믿음이 공고한 데다 국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많이 뛰어올라 대체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매도금액 5000만원’이라는 한도까지 있다. 그제 국세청을 동원해 외화 유출 기업을 잡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 역시 철 지난 방식이다.
진짜 문제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데 있다. 올해 원화 가치는 엔화와 더불어 글로벌 통화 중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공통으로 추진하는 ‘확장 재정’이 양국 통화 가치 하락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더구나 우리는 기축통화국도 아닌데 나랏빚을 늘려 돈을 풀겠다고 하니 시장이 원화를 매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정부는 미봉책에 집착하지 말고 구조적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대한 믿음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외환시장 불안을 근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