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최근 논의되고 있는 첨단산업 투자 규제 개선에 대해 24일 “국가 전략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뉴스룸에 ‘반도체 공장 투자 관련 설명을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근 추진되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한해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조치가 일부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자 해명자료를 게시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글에서 “인공지능(AI) 시대 첨단 기술 경쟁 심화로 투자의 규모와 방식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며 “투자 규제 개선 논의의 출발점은 특정 기업이나 개별 사안이 아니라 급변한 환경 속에서 첨단산업 투자를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에 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19일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지분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증손회사의 의무 보유 지분율을 현행 100%에서 50%로 낮추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규제가 해소되면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로 둔 SK그룹 등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증손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우고 외부 투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초대형·장기 투자가 요구되는 환경에서 기존의 자금 조달 방식만으로는 투자 시기와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예컨대 클린룸 3만3000㎡(약 1만 평) 기준의 투자비는 2019년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 당시 약 7조5000억원이었지만, 올해 10월 말 연 충북 청주 M15X에서는 20조원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르면 2027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첨단 공장 4기가 가동되는 용인 클러스터 총투자액도 기존 120조원에서 현재 600조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반도체산업 특성상 투자 시점과 수익 회수 시점이 일치하지 않지만, 기술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선제적이고 연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SK하이닉스는 강조했다.
SPC 설립은 금산분리 완화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게 SK하이닉스 측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첨단산업 투자 제도 개선으로 손자회사가 SPC를 설립할 수 있게 되면 초기 대규모 투자 부담을 외부 자본과 분담하고 재무 구조를 더욱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SPC는 반도체 공장과 같은 대규모 생산시설에 투자하기 위한 한시적 구조로, 투자 목적이 달성되면 청산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해외 경쟁사도 외부 투자자 유치를 통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이 3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 챈들러 팹 건설을 위해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와 51 대 49 지분율의 합작법인을 설립한 사례를 인용하며 “SPC 같은 ‘프로젝트 단위 투자 구조’는 이미 해외 주요 국가에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SK하이닉스는 첨단산업 투자 규제 개선과 관련한 이슈도 간단한 문답으로 정리해 게재했다. 금융리스업 예외 적용 등 규제 완화가 금산분리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시각엔 “실질적 사업구조는 SPC가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임대하는 것으로, SPC는 금융상품 판매나 자산운용 같은 기능을 수행하지 않아 금산분리 훼손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