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때문에 경제 추락" 경고했는데…美 발표 '논란 폭발'

입력 2025-12-24 17:01
수정 2025-12-25 01:25
미국 경제가 올해 3분기 시장 예상을 뛰어넘으며 4% 넘게 성장했다. 개인소비지출 증가와 무역수지 개선이 고성장을 이끌었다. 분기 성적표이긴 하지만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의 국내총생산(GDP)이 4% 이상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가 고금리 상황에서도 침체 없이 성장하는 ‘노 랜딩(no landing)’ 시나리오로 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여파로 통계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년 만에 최고 성장률
미국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3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연율 기준 4.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2023년 3분기(4.7%)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3.2%)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지난 1분기 관세 부과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수입이 급증하면서 역성장(-0.6%)한 미국 경제가 2분기 3.8%로 반등한 데 이어 3분기 더 강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미국은 직전 분기 대비 성장률을 연간 기준으로 환산해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 세 차례에 걸쳐 GDP 통계를 발표한다. 다만 10월 1일부터 11월 12일까지 43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속보치 공개가 취소돼 이번에는 잠정치가 3분기 GDP의 최초 집계치로 발표됐다.

3분기 ‘깜짝 성장’은 개인소비가 주도했다. 개인소비는 3분기 3.5% 증가하며 성장률을 2.39%포인트 끌어올렸다. 관세 부과와 고용 둔화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깼다. 순수출도 3분기 성장률을 1.59%포인트 높였다. 3분기 중 수입은 4.7% 감소한 반면 수출은 8.8% 증가했다. 정부지출도 2.2% 늘어나 성장률을 0.39%포인트 높이는 데 기여했다. 다만 민간투자는 3분기 0.3% 감소했다.

브렛 켄웰 이토로증권 미국투자 애널리스트는 “두 분기 연속으로 미국 GDP가 이코노미스트 예상치를 크게 웃돌아 소비자와 경제의 회복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며 “고용시장, 관세,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우려가 계속되고 있지만 경제는 회의론자의 예상을 깨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소비자는 경제 흐름이 안정 단계에 진입했다고 인식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다만 “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해 관세 부담을 기업이 흡수하고 있는 상황으로, 가격 전가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3분기 성장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금 발표된 훌륭한 미국 경제지표는 관세 덕분”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없고 국가 안보도 매우 튼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대법원을 위해 기도하자”며 상호관세의 위법성을 심리 중인 연방대법원에 압박을 가했다.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미국 경제는 작년(2.8%)에 이어 올해도 2%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분기 성장률 지표가 나오기 전인 ‘10월 경제 전망’ 당시 미국 경제가 올해 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최근 통화정책회의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유럽, 일본 등이 저성장 국면에 빠진 것과 달리 미국만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셧다운에 통계 왜곡” 가능성도한 달 넘게 이어진 셧다운 여파로 일부 데이터 집계가 누락됐을 가능성이 커 이번 GDP 지표를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비즈니스인사이더 인터뷰에서 “무역적자가 예상보다 더 크게 줄어들고 정부 지출이 증가하며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이는 관세 변동과 측정상 문제의 영향을 받은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셧다운과 정부 데이터, GDP 추정치 사이의 연관성을 명확히 짚어내기는 어렵지만 (3분기 GDP) 데이터가 향후 상당한 수준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성장률이) 나쁘지는 않지만,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할 만큼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성장률을 낙관적으로만 해석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내놨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셧다운으로 주요 데이터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고, 그런 데이터를 근거로 GDP가 산출됐다는 점에서 이번 수치를 그대로 신뢰하기는 어렵다”며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상승했는데 소비가 더 늘었다는 설명은 구조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 거품 논란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성장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성장세가 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미국 통상 정책이 수출을 늘리는 측면은 있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개인소비지출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