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환율 대응과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이른바 '서학개미 유턴' 정책을 내놓으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RIA(국내시장 복귀 계좌)를 둘러싼 계산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RIA는 해외 주식에 계속 투자하라는 신호도, 당장 팔라는 압박도 아닙니다. 다만 '팔기로 결정했다면, 그 세금은 줄여주겠다'는 조건부 제안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RIA의 유불리는 해외 투자 비중이 아니라 현재 포트폴리오에 '팔아도 되는 수익'이 있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해외 주식 계좌 옮길 필요 없다…RIA는 '추가 옵션'RIA는 기존 해외 주식 계좌를 대체하는 계좌가 아닙니다. 투자자가 필요할 때 추가로 하나 더 여는 전용 계좌에 가깝습니다.
기존 해외 주식 계좌는 그대로 유지한 채, 세제 혜택을 받고 싶은 거래에만 RIA를 이용하게 됩니다. 해외 투자 비중을 유지하면서도, 절세가 필요한 구간만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사용 방식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투자자는 증권사에서 RIA 계좌를 개설한 뒤, 기존 해외 주식 계좌에 있던 해외 주식 중 일부를 RIA로 이체합니다.
이체 자체에는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이후 RIA 계좌 안에서 해당 해외 주식을 매도하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를 매수하면 됩니다. 이 과정이 모두 RIA 안에서 이뤄져야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 감면 대상이 됩니다.
정부가 이처럼 절차를 하나의 계좌로 묶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해외 주식 매도 대금이 실제로 환전돼 국내 시장으로 들어왔는지, 그리고 그 자금이 일정 기간 유지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투자자에게는 절세 통로지만 당국 입장에서는 자금 흐름을 관리·확인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당국은 증권사에서 RIA를 이르면 내년 1월 말~2월 초 사이 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가장 수익 많이 난 종목부터, 빠르게"
RIA 활용의 출발점은 종목 선택입니다. 해외 주식 포트폴리오를 점검했을 때 가장 수익이 많이 난 종목이나 이미 충분히 오른 종목이 먼저 검토 대상이 됩니다.
RIA의 세제 혜택은 매매 차익이 아니라 매도 금액을 기준으로 최대 5000만원까지 적용됩니다. 다시 말해 "얼마를 벌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주식을 팔았느냐"가 기준입니다. 이 때문에 같은 5000만원 어치를 팔더라도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먼저 정리할수록 세금으로 아낄 수 있는 금액이 커집니다.
예를 들어 해외 주식에 3000만 원을 투자해 5000만 원에 매도했다면 매매 차익은 2000만 원입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기본공제 250만 원을 제외한 1750만 원에 대해 양도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한 22%의 세율이 적용돼 약 385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주식을 RIA를 통해 매도하고 해당 자금을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1년 이상 보유하면 이 세금은 전액 면제됩니다. 세제 혜택은 기준일인 이달 23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해외 주식을 대상으로 적용되며, 이후 신규로 매수한 해외 주식은 RIA 감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복귀 시점이 빠를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도 중요합니다. 내년 1분기에 해외 주식을 매도해 국내로 복귀하면 양도소득세 감면율은 100%가 적용됩니다. 2분기에는 80%, 하반기에는 50%로 감면 폭이 줄어듭니다. 이미 팔 계획이 있는 투자자라면 시점을 앞당기는 것만으로도 절세 효과를 키울 수 있는 구조입니다.단타, 소액 투자자에겐 어떨까다만 RIA가 모든 투자자에게 유리한 제도는 아닙니다.
가장 큰 제약은 1년 보유 요건입니다. RIA를 통해 매도한 자금은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에만 투자할 수 있고, 이를 1년 이상 유지해야 세제 혜택이 확정됩니다. 중간에 자금을 인출하거나 보유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이미 감면받은 세금은 추징됩니다.
이 때문에 단기 매매를 주로 하거나, 자금 유동성이 중요한 투자자에게는 RIA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외 주식 투자에서 아직 큰 수익을 내지 못한 경우에도 체감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절세로 아낄 수 있는 세금보다 자금을 묶어두는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RIA를 이용하더라도 해외 주식 매도 수수료, 환전 수수료, 국내 주식 매매 수수료는 기존과 동일하게 발생하는 만큼, 절세 효과가 이러한 비용을 충분히 상회하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