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금속가격 다 오르는데 납 가격만 '소외' 된 이유

입력 2025-12-24 16:52
수정 2025-12-25 02:45
올해 원자재 시장에서 귀금속과 산업금속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인 가운데 전통 금속인 납은 시장 랠리에서 소외됐다.

납 수요의 대부분이 차량용 납 축전지에 집중돼 있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신산업과의 연결고리는 약했기 때문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공급 과잉 구조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 산업금속 중 상승률 가장 낮아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납은 t당 19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납은 지난 1분기 내내 상승 곡선을 그렸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로 4월에는 180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가 이달에는 1900달러대 후반 선에서 횡보하며 연중 상승률은 1.8%에 그쳤다. 같은 기간 다른 산업금속인 구리(39.4%), 리튬(32.5%), 알루미늄(15.7%)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납 가격이 정체를 보인 것은 구조적으로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공급은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납 수요의 70% 이상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납 축전지에서 나온다. 하지만 세계가 친환경 자동차로 전환하는 추세 속에서 내연기관차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전지 수요가 늘어날수록 납 축전지는 밀려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자동차산업 수요 감소로 전 세계적인 납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 AI 테마에서 밀려국제에너지기구(IEA)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높은 에너지 밀도, 긴 수명, 효율성을 바탕으로 납 축전지를 포함한 기존 배터리 기술을 크게 앞질렀다고 분석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납은 AI 데이터센터에도 활용이 제한적이다. 현재 시장에서 금속 가격 상승을 이끄는 테마가 ‘AI 데이터센터와의 연관성’인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횡보 장세가 계속될 수 있다.

또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진국에서 납 사용이 줄어들고 있고, 납은 재활용률이 높아 새로운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납의 60% 정도가 재활용 납에서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공급은 충분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 납·아연 연구그룹(ILZSG)에 따르면 올해 정제 납 생산량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1334만t으로 예상된다. 내년 생산량은 올해보다 많은 1347만t일 것으로 집계됐다. 공급 과잉 규모가 내년에 10만2000t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공급 과잉 전망이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납 공급은 확대되는 반면 신산업 수요는 제한적이고 시장 유동성도 낮다”며 “납 가격 변동이 다른 산업금속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