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전기에 요금 더 내고 싶다면?…"녹색요금제 검토"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입력 2025-12-26 08:30
수정 2025-12-26 08:32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매년 3조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기업들에 엄청난 투자 기회가 열린 것이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재무장관)

녹색 전환을 ‘비용’이 아니라 ‘기회’로 바라보는 이런 시각이 최근 전 세계 리더 사이에서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김성환 초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환경 정책과 에너지 정책을 통합한 기후부의 탄생 배경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녹색 전환을 규제가 아니라 한국 기업의 새 성장 동력으로 규정했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인공지능 전환(AX)과 녹색 전환(GX)을 양대 축으로 삼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음은 한국경제신문 지면(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122293011)에 실리지 않은, 김 장관과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탄소감축 투자를 망설이는 기업이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탄소가격일 것입니다. 탄소가격이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형성하기 위한 대안과 적정 탄소가격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는지요?

"배출권거래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배출권 가격이 형성되는 제도로, 정부가 특정 탄소가격을 직접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탄소세는 정부가 가격을 정하고 배출량을 관리하지 않는 방식이지만, 배출권거래제는 배출 총량을 관리하고 가격은 시장에 맡기는 제도입니다. 정부는 배출권 가격의 정상화를 추진하는 한편, 급등락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안정화예비분 제도를 도입해 배출권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감축 투자를 유인하고 기후테크 산업 성장을 촉진하고자 합니다."

▶현재 제주에서 시행 중인 재생에너지 입찰제를 확대해, 다른 발전원과 동일하게 가격 경쟁을 하고 계통 책임도 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연착륙시킬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제주식 재생에너지 입찰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안정적인 보급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장기고정가격에 선도계약해주는 정부공공입찰제와는 다른 별개의 제도. 이미 존재하는 발전소의 전기를 전력현물시장에서 실시간, 가격 입찰로 판매해 재생에너지에 가격 신호와 책임을 부여하고 계통안정이나 출력제어 해결이 목적임.
"탈탄소 에너지전환에 따라 재생에너지가 주력 전원으로 성장하는 만큼, 다른 발전원과 마찬가지로 전력시장에 입찰해 경쟁하고 계통 운영에서도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2024년 6월부터 제주에 재생에너지 가격입찰제를 도입해 운영 중입니다. 참여 사업자와 참여 용량이 증가하고 전력중개사업(VPP)이 활성화되는 등 성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향후 제주 사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을 인증하는 수단으로 녹색프리미엄 제도를 기업 등을 중심으로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 등 일부 선진국처럼 일반 소비자가 가정에서 재생에너지 전기를 선택해 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는 녹색 요금제(green tariff)는 도입이 어려울까요?

☞녹색프리미엄: 전기 소비자가 전기요금 외에 약 10원/kWh 내외의 추가 부담금을 납부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는 제도. 2021년 제도 도입 당시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조달) 수요를 기반으로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에 적용됐고, 2022년에는 교육용, 2023년에는 농업용으로 확대됨.
"가정용 전기의 경우 RE100 수요가 많지 않고 공급 가능한 재생에너지 물량에도 한계가 있어 아직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향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연계해 가정용 녹색프리미엄 도입을 검토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 경우 입찰 방식이 아닌 별도의 요금제 형태가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녹색프리미엄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제도(RPS)와 연동된다. RPS 의무를 지는 발전사가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의무를 이행하면, 그 발전량에 해당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는 국가에 회수된다. 즉 발전사는 REC를 시장에서 자유롭게 판매하지 못하고, 국가는 이렇게 확보한 REC를 녹색프리미엄 형태로 기업 등에 판매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해주는 구조다. 가정용 전기에도 녹색프리미엄을 도입할 경우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올라 기업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한다.)



▶폐기물 재자원화는 탄소감축과 자원안보를 동시에 확보하는 열쇠입니다. 국내에서 유가성 폐기물이 제대로 회수·순환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제도적 개선은 무엇이며, 바젤협약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재생원료 생산인증제 도입 등을 통해 국내 순환이용 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가성 폐자원에 대한 수출입 규제를 합리화해 재활용 가능한 자원의 수급을 안정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바젤협약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내 폐기물 수입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에 공감하며, 이를 위해 다각도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고속도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과, 전력 기자재 산업 육성 방안은 무엇인가요?

"전력 기자재와 배터리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은 이미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다만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장은 히타치, 지멘스, GE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지난 10월 전력망위원회에서 ‘HVDC 산업육성전략’을 발표했으며, 기술개발과 실증, 인력 양성, 수출 산업화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우선 HVDC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이를 새만금?서화성 해저 에너지고속도로에 실증해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보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HVDC 종합시스템 팀코리아’를 구성해 해상풍력 등과 패키징한 수출 산업화를 추진하겠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그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배터리 방식의 ESS, 이른바 BESS와 천연 ESS로 불리는 양수발전의 역할과 향후 비중 계획은 어떻게 보시나요?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ESS 보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BESS 중앙계약시장을 통해 1기가와트(GW) 이상의 ESS 보급을 확정했으며, 2029년까지 2.3GW를 추가 보급할 계획입니다. 또한 태양광이 주로 연결되는 배전망에 2030년까지 총 340메가와트(MW)의 ESS를 보급할 예정입니다. ESS 보급 확대로 (LG에너지솔루션 등) 기업들의 국내 투자도 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국내 산업 활성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방침입니다. 양수발전은 BESS 도입 이전까지는 유일한 대규모 저장 수단이었는데, (내년 말 확정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 수준에 맞춰 필요한 용량을 산정할 계획입니다."

▶‘탈플라스틱’ 정책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보완책은 무엇인가요?

"탈플라스틱 정책은 사용주기가 짧은 1회용 플라스틱을 최대한 감량하고 고품질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을 핵심 원칙으로 합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순환경제 국제 규범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도 재생원료 전환을 경영 전략에 내재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는 탈플라스틱 순환경제가 석유화학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화학적 재활용 촉진, 재생원료 사용 의무 확대, 규제특구와 기획형 규제샌드박스 등 다양한 신산업 지원책을 담은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영호남 등 비수도권으로 RE100 산업단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을 유치할 계획인데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냉각수나 산업용 용수 등 물에 대한 수요도 상당합니다. 북한강 수계 소양강댐, 남한강 수계 충주댐, 금강 수계 대청댐 등의 대형 댐들은 중부권에 있는데, 향후 물 공급 인프라는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가요?

"RE100 산단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기존 댐과 하천의 여유 수량을 우선 활용하고, 필요할 경우 농업용 저수지, 발전댐, 하수 재이용, 해수 담수화 등 지역 여건을 고려한 물 공급 방안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생생한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로 확인하세요.(유튜브 QR코드)★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