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천하였는데 분위기 돌변…반전 신호 켜진 삼성전자 제품

입력 2025-12-28 20:43
수정 2025-12-28 20:44
중국 로보락에 1위 자리를 내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반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온라인상에서 생산된 로봇청소기 관련 정보 중 삼성전자가 언급된 정보량이 로보락을 넘어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기존 제품보다 기능을 늘린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공개해 안방 탈환에 나선다. '삼성 로청' 정보량, 국내 1위 중국 로보락 '압도'28일 한경닷컴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뉴엔AI의 '퀘타아이'를 활용해 올해 1월부터 지난 24일까지 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엑스(X·옛 트위터)·유튜브에서 '로봇청소기'가 포함된 정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관련 브랜드로 가장 많이 언급된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와 '삼성전자'가 포함된 로봇청소기 정보량은 각각 2만8615건, 2만4092건을 나타냈다. 총 5만2707건으로 '로보락'이 언급된 정보량(4만3373건)보다 9334건 더 많았다. 여기에 삼성전자 제품 브랜드명인 '비스포크' 정보량(1만3277건)을 종합할 경우 총 6만5984건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물걸레 세척·건조 기능을 갖춘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을 출시하면서 중국 브랜드들이 독차지한 국내 시장 탈환에 시동을 걸었다.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 기능을 동시에 갖춘 제품군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에 맞설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美 소비자매체 "삼성 로청 1위"…국내서도 점유율↑비스포크 AI 스팀은 미국 소비자 전문 매체 컨슈머리포트가 올해 발표한 건습식 로봇청소기 평가에서 총 72점을 획득하면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바닥 타입별 청소 성능, 물걸레, 주행 성능, 사용 편의성 등의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물걸레 성능이 호평을 받았는데 대부분의 액체 얼룩을 효과적으로 제거했다는 평가다.

이 제품 출시 이후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 그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는데 올해 상반기엔 점유율 20%대로 뛰어올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로보락이 매출액 기준 45%로 선두를 달렸고 삼성전자가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비스포크 AI 스팀이 지난해 2~4분기 국내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 약 30%를 기록했다는 자체 추정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당시 "올해는 로봇청소기 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 보안에서 강점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신제품 없이 완성도 '주력'…내년 중 출시 예정삼성전자는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았지만 다음 달 CES 2026을 통해 공개한 뒤 구체적 출시일을 검토할 예정이다. 신제품은 섭씨 100도의 고온 스팀과 한층 더 강화된 흡입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 4㎝ 높이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개발됐다. 고온 스팀은 바닥 물청소와 물걸레 위생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할 기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이 우위에 있는 보안·사후서비스(A/S)도 반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국산 로봇청소기에 대한 보안 우려가 커진 게 사실인 만큼 삼성전자는 이를 겨냥해 자사 보안 기술을 강조하는 마케팅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점유율이 높은 로보락은 삼성전자 입장에선 넘어야 할 산이다. 로보락은 세계 최초로 '로봇 팔'이 달린 제품을 출시해 차별화된 기술력을 강조해 왔고 슬림형 직배수 모델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또 다른 중국 업체 드리미의 경우 한국 사용자 정보를 저장·관리하는 데이터서버를 국내 이전한다고 발표하면서 보안 우려를 털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비자들 "삼성 가성비 아쉬워"…내년 각축전 예상뉴엔AI가 로봇청소기 관련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은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 "내구성이 좋고 브랜드에 대한 인식도 좋지만 가격 대비 성능이 아쉽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 브랜드들을 따라잡으려는 국내 제조사들의 공세가 이어지는 구도를 나타낼 전망이다. 업계에선 통상 10가구 중 2~3가구 정도 로봇청소기를 사용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청소기 보급률이 아직 낮은 만큼 브랜드 간 경쟁도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로봇청소기에 대한 소비자들 관심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로봇청소기가 언급된 온라인상 정보량은 2023년 14만6100건에서 지난해 21만8400건, 올해 25만2300건으로 나타났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