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스모 “차세대 CAR-T로 난공불락 고형암·재발 혈액암 정조준”

입력 2025-12-26 11:00
수정 2026-01-20 10:33


“세계 최초로 기존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의 한계를 넘어 고형암과 재발 혈액암까지 치료 범위를 넓히겠습니다.”

베리스모 테라퓨틱스 브라이언 김 대표는 24일 인터뷰에서 “현재 상용화된 CAR-T는 단일체인(single chain) 인공 수용체 구조로 암세포가 없어도 T세포가 활성화되는 토닉 시그널링(tonic signaling)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베리스모는 CAR-T의 구조부터 다시 설계해 T세포 탈진과 독성을 줄이고, 고형암과 재발 혈액암까지 적용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했다. ‘싱글체인’이 만든 토닉 시그널링…멀티체인으로 OFFHLB이노베이션 자회사 베리스모는 NK세포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KIR’ 수용체 구조를 활용한 차세대 CAR-T 플랫폼 ‘KIR-CAR’을 개발하고 있다. 핵심은 바인더(항체)가 타깃 암세포와 결합되지 않았을 때 수용체와 신호전달체가 분리돼 T세포가 휴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면역 수용체 대부분이 KIR과 유사한 멀티체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며 “자연적인 면역 반응을 재현해 CAR-T의 체내 지속성을 높이는 것이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승인 CAR-T(킴리아 예스카타 등)는 CD28, 4-1BB 등 공동자극 도메인을 단일체인으로 엮은 구조다. 베리스모는 이 단일체인 구조가 암세포 부재 시에도 활성화되는 토닉 시그널링을 유발할 수 있고, 그 결과 T세포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누적돼 조기 탈진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과도한 활성화가 지속되면 사이토카인 분비 등 불필요한 독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KIR-CAR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KIR-DAP12 복합체를 기반으로, 암세포가 없을 때는 두 체인이 분리되며 휴면 상태로 전환되는 기전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이를 “방 안의 스위치처럼, 암세포에 결합할 때 켜지고(온), 암세포가 소멸되면 다시 꺼지는(오프) 구조”라고 했다. 고형암 CAR-T 한계 극복…T세포 탈진 해법 제시CAR-T는 고형암에서 난공불락 영역이다. 현재 승인된 적응증은 혈액암 분야 한정이다. 이 때문에 시장성 확장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베리스모는 CAR-T가 고형암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를 ‘종양 내부 도달 이후’의 문제로 보고 있다.

기존 CAR-T 임상 데이터에서 종양 부위로 이동·침투·생존 자체는 가능했지만, 종양 내부에 도달한 뒤 조기 탈진으로 의미 있는 기간 동안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는 점이 핵심 한계라는 것이다. 베리스모의 KIR-CAR가 토닉 시그널링을 낮추고 분리-결합 기전을 통해 탈진 문제를 개선함으로써, 종양미세환경(TME)에서도 지속성을 높일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베리스모의 고형암 파이프라인 ‘SynKIR-110’은 메소텔린(mesothelin)을 표적하는 CAR-T다.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부터 임상 데이터를 처음 공개할 계획이다. 메소텔린은 난소암, 중피종, 담관암, 췌장암, 비소세포폐암(NSCLC) 등 다양한 암종에서 과발현되고 건강한 조직에서는 낮게 발현돼 적응증 확장성이 높다.

지난 11월 미국면역학회(SITC)에서 발표한 전임상 결과 기존 CAR-T가 고형암 마우스 모델에서 폐를 포함한 정상조직에 축적되는 반면 SynKIR-110은 정상조직 침투를 피하는 특성을 나타냈다. 동일 바인더를 사용한 기존 CAR-T 대비 오프타깃 활성도가 낮았으며, 이는 KIR-CAR의 낮은 토닉 시그널링과 연관된 결과다. 재발·불응 혈액암 환자 치료…특허 이슈 無혈액암 영역에서는 CD19 표적 ‘SynKIR-310’을 임상 1상 단계로 준비 중이다. CD19 CAR-T는 이미 승인 제품이 다수 존재하지만, 회사는 B세포 비호지킨림프종(B-NHL) 환자에서 CAR-T 치료 후 2년 내 재발률이 약 40~60%에 이르고 재발 후 치료 옵션이 한계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베리스모는 높은 재발률의 원인 중 하나를 기존 CAR-T의 T세포 조기 탈진으로 보고, KIR-CAR로 더 지속적인 반응을 유도해 ‘CD19 CAR-T 치료 후 재발 및 불응 환자’까지 포함하는 개발 전략을 제시했다. 궁극적으로는 현재 승인된 치료제를 대체해 ‘진정한 2세대 CAR-T 표준치료제’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다.

차별화 포인트로는 바인더 전략을 들었다. 기존 승인 CD19 CAR-T가 모두 FMC63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베리스모는 독자 바인더 ‘DS191’을 탑재해 지식재산권 범위를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KIR 수용체 기반 CAR-T 구조 자체가 기존 CD3 기반 CAR-T와 다르고 DS191 바인더까지 포함해 상대적으로 특허 분쟁 리스크가 낮다.

베리스모는 미국혈액학회(ASH) 2025에서 SynKIR-310 전임상 결과도 공개했다. SynKIR-310이 티사젠렉류셀(킴리아) 대비 낮은 용량에서 빠르고 깊은 항종양 효과를 보였고, CAR-T 독성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사이토카인 수치가 전반적으로 낮았다. 김 대표는 “암세포를 보다 정밀하게 타깃하고, 필요할 때 수용체가 활성화되는 구조에서 기인한 결과”라고 했다.

베리스모는 2026년을 임상 데이터 공개와 파이프라인 확장의 해로 제시했다. SynKIR-110 임상 1상 중간데이터 발표를 시작으로 KIR-CAR의 차별성을 알리고, 후속 파이프라인의 전임상 준비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상용화된 CAR-T를 보유한 글로벌 빅파마들과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며 “내년 초 임상 데이터 발표와 함께 파트너십 추진 활동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12월 26일 11시00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