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데리고 비행기 못타요"…항공사들 '변심' 이유는 [차은지의 에어톡]

입력 2025-12-25 13:50
수정 2025-12-25 13:51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를 이용해 대형견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 대다수 LCC들이 반려동물의 위탁수하물 탑재를 금지하면서 기내 반입 가능한 크기의 반려동물이 아니면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내년 1월1일부터 국내선에서 반려동물 위탁 운송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기존에 에어부산은 국내선에 한해서만 반려동물을 위탁 수하물로 탑재할 수 있었으나 내년부터는 위탁수하물로는 반려동물 운송이 안 되고, 오직 기내 반입 가능한 반려동물만 비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에어부산은 공지가 게재된 이달 15일 이전에 반려동물 위탁 운송 서비스가 접수 완료된 고객에 한해서만 접수 당시 안내된 조건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후부터는 위탁 운송 서비스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위탁 운송 서비스 운영 기준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제 반려동물 위탁 수하물 탑재가 가능한 국내 LCC는 진에어만 남게 됐다. 현재 진에어는 국내선과 국제선 노선에서 반려동물 기내 동반을 비롯해 수하물 위탁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LCC들이 반려동물을 위탁 수하물로 받지 않는 이유는 비행기 화물칸의 온도 조절 미비와 통풍 문제 등으로 반려동물 사망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7월에도 제주에서 김포로 향하던 국내선 항공편에서 6살 반려견이 화물칸에서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당시 제주도는 33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졌고 공항 활주로의 체감 온도는 35~40도에 달했을 가능성이 나온다. 특히 화물칸은 객실과 달리 외부 온도에 민감해 지상 대기 시간 동안 아스팔트 열기와 비행기 엔진 열로 인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 화물칸 위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들은 29도 이상의 고온 또는 영하 7도 이하의 저온 환경에서 반려동물을 위탁 운송할 경우, 반려동물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보잉 737, 에어버스 A321 기종의 경우 화물칸에 온도조절 장치가 없어 국제선 전 기간 및 국내선 혹서기(6~9월)에는 반려동물 위탁 운송을 제한하고 있다.

반려동물 동반 여행 수요가 커지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항공기에 탑승하는 승객 수는 매년 증가세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을 기내 반입하거나 위탁수하물로 운송하겠다고 해당 항공사에 신청한 건수는 국제선과 국내선을 포함해 총 5만759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2.6% 증가한 수치다. 2020년 2만7533건, 2021년 3만764건, 2022년 3만9260건, 2023년 5만1151건 등 매년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려동물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항공사, 정책당국, 보호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내 동반이 가능한 반려동물 무게를 늘리거나 반려동물 전용 항공편 운항, 화물칸에 온도 및 산소 조절 장치 설치 의무화 등이 제안이 나오고 있다.

반려동물 동반 인구가 1500만명을 돌파한 만큼 항공사들의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 한 누리꾼은 “장기적으로 펫 전용 좌석 확대 등 선진국형 시스템이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