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의 굿즈가 완판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굿즈를 사 모을 만큼 AI 기업에도 '팬덤'이 형성된 것이다. AI 시대를 맞아 AI 기업이 기술회사 이미지를 넘어서 문화 아이콘으로 소비되는 현상이 감지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 12일 창립 10주년을 맞이해 굿즈 판매 사이트를 열었다. 오픈AI 로고가 박힌 티셔츠나 모자, 후드티, 맨투맨, 배지, 가방 등이 판매됐다. 현재는 모두 품절된 상태다.
국내에서도 오픈AI 굿즈에 대한 수요가 확인됐다. 네이버 검색창에 오픈AI 굿즈만 입력해도 '구매 방법'이 연관 검색어로 올라올 정도다. 네이버데이터랩 검색어트드에 따르면 '오픈AI 굿즈'는 굿즈 판매 날인 지난 12일 100으로 가장 높았다. 네이버 데이터랩은 조회기간 중 가장 검색량이 많은 날을 '100'으로 표시해 상대적 수치를 보여준다.
한국은 AI 기업에 대한 브랜드 호감도가 높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10월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팔란티어 팝업은 오픈런은 물론 기본 4~5시간 대기줄을 만들었다. 주로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남녀노소가 팝업스토어를 찾았다. 이날 팝업을 방문했던 남모씨(31)는 "12시 오픈이라 점심시간에 맞춰 왔는데 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다. 5시간 정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다"며 "팔란티어 주주로서 굿즈를 갖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팔란티어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팝업을 열었다. 회사 로고가 박힌 모자나 팔란티어의 핵심 기술 '온톨로지(Ontology)'를 새긴 후드티 등 의류를 판매했다. 기업간거래(B2B) 회사인 팔란티어가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대표 사업인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이유는 팬덤과 관련 있었다.
당시 여러 언론매체 보도에 따르면 유니스 팔란티어 전략 파트너십 총괄은 팝업을 연 이유로 "팔란티어는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우리를 지지하는 팬층도 두터워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소통하기 위해 성수에서 팝업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6월 팔란티어가 굿즈 플랫폼을 재출시한 이후 한국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 구매 고객 순위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AI 기술이 일상적으로 쓰이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애플, 나이키 같은 소비자 브랜드처럼 AI 기업에 팬층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AI를 하나의 도구가 아니라 일상생활 파트너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AI 기업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기업의 굿즈 인기는 AI 기술에 대한 '가치소비'로도 해석됐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도 구글 티셔츠를 입고 다니면 '첨단 기술에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인식된다"며 "개인의 정체성과 능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제품으로 AI 기업 굿즈가 각광받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