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종합시장에 자리한 6평 규모의 작은 빵집 '럭키베이커리'. 오픈을 30분 앞둔 10시경 이미 20여명의 손님이 오픈런 행렬을 이어갔다.
천연발효, 이스트 무첨가, 장시간 숙성 등 고유의 제빵 철학으로 인기를 끈 '럭키베이커리'는 전형적인 로컬 브랜드지만 현재는 부산의 성심당이라 불린다.
식문화와 로컬 커뮤니티를 잇는 브랜드를 만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천연발효 사워도우를 내세운 럭키베이커리는 광안종합시장의 쇠락한 매장에서 골목 자체를 살리는 로컬 빵집으로 탈바꿈했다.
김아람 럭키베이커리 대표는 "식사용 빵인 샤워도우가 가장 인기가 많다"면서 "그중 단호박 크림치즈 사워도우가 베스트 상품이며 요즘에는 깜빠뉴하고 크랜베리 사워도우도 인기가 많다. 출근길 구매하는 고객들을 위해 2호점은 7시부터 오픈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연발효 기법이 입소문을 타면서 1호점 기준 2023년 2억5000만원, 2024년 3억9000만원, 2025년 5억2000만원 규모의 매출을 이뤄냈다.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리는 대신, 제품 표준화와 생산 구조 고도화, 브랜드 일관성 유지에 필요한 공장에 투자한 것도 승부수였다. 이는 '잘 팔리는 빵집'이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 제조형 로컬 브랜드로 가기 위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럭키베이커리의 또 다른 성공 지원군은 민간투자(크립톤)와 LIPS(Licorn Incubator Program for Small brand)의 로컬 투자를 들 수 있다.
'크립톤-크립톤엑스 지역재생투자조합 1호'는 이러한 로컬 투자의 의미와 중요성에 동의하는 개인투자자 20명이 펀드를 결성, 투자를 진행했다. 따라서 단기 매출 확대를 위한 자금이 아니라, 법인 전환과 공장 설립, 생산 체계 정비라는 다음 단계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투자였다. 그 결과 럭키베이커리는 특정 상권에 의존하는 매장을 넘어, 외부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기반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성과에 힘입어 럭키베이커리는 창업 2년 만에 부산 최초의 스타 소상공인으로 인증받았다.
플랫폼형 로컬 성장의 또 다른 사례는 춘천에서 출발한 기업 '컨플'을 들 수 있다.
컨플이 주목한 것은 '어떤 가게가 잘 되는가'가 아니라, '왜 지역 소상공인은 구조적으로 유통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가'였다. 이 문제를 개별 상인의 역량이 아닌 구조의 문제로 정의한 것이 컨플의 출발점이다.
컨플은 동네 마트와 지역 유통망을 디지털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통해 주문, 상품 관리, 정산, 데이터 흐름을 하나의 구조로 통합한다. 이 플랫폼이 확장될수록, 개별 소상공인이 감당해야 했던 유통 부담은 구조 안으로 흡수된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컨플은 실제 유통 현장과의 계약을 통해 플랫폼을 실거래에 적용하며,월간 거래액 1억원, 춘천 내 제일식자재마트 및 하나로마트(퇴계점)를 비롯하여 점점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이렇게 플랫폼을 통해 누적되는 주문·거래·상품 반응 데이터는 다시 서비스 고도화로 이어지며, 컨플의 사업은 단일 프로젝트가 아닌 반복 가능한 유통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컨플의 성장은 단일 기업의 외형 확장이 아니라 여러 소상공인이 동시에 유통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민간운영사인 크립톤이 컨플에 투자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컨플은 단기 성과를 만드는 서비스가 아니라, 지역 유통 문제를 반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 이후 컨플은 기술 고도화와 함께 플랫폼의 적용 범위를 넓히며, 지역이 달라도 작동할 수 있는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럭키베이커리와 컨플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하나는 제조와 브랜드를 통해, 다른 하나는 플랫폼과 구조를 통해 성장한다. 그러나 두 기업 모두 LIPS 투자 구조 안에서 선례로 축적되고, 그 선례가 다시 확장할 수 있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민간운영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민간투자사인 크립톤은 초기 단계부터 기업의 성장 방향을 함께 설계하며, 얼마나 성장했는가보다 어떻게 성장했는가가 남는 투자를 지향해 왔다. 그 결과 LIPS 투자 기업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로컬 성장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선례가 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