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팬덤이 게임 업계에서도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K팝 팬덤의 '덕질(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행위) 소비'가 앨범, 굿즈, 팬사인회를 넘어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으로 이어져서다. 국내외를 넘어 형성된 K팝 팬덤은 충성도 높은 소비력과 활발한 소셜미디어(SNS)상 파급력으로 게임 업계 IP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新덕질 소통 창구 된 아이돌 IP '캐주얼 게임'
28일 업계에 따르면 드림에이지는 하이브 아티스트 IP를 기반으로 한 캐주얼 게임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하이브 남자 아이돌 세븐틴, 방탄소년단(BTS)의 IP를 활용해 만든 '퍼즐 세븐틴', '인더섬 with BTS'가 대표적이다. 특히 퍼즐 세븐틴은 45~50% 달하는 리텐션(이용자 유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아이돌 IP 게임이 K팝 팬덤의 관심을 '반짝'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을 장기 게임 이용자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게임이 아티스트와 팬덤 간 소통 창구로 떠오른 덕분이다. 지난 8월 세븐틴 리더 '에스쿱스'는 퍼즐 세븐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에스쿱스는 자신이 개발에 참여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미션에 도전하고, 이용자들의 미니룸을 랜덤으로 방문했다. 미니룸은 팬들이 자신만의 세븐틴 세계관을 꾸미고 공유할 수 있는 게임 콘텐츠다. 아이돌이 직접 팬의 덕질 콘텐츠를 찾아보고 게임도 함께 즐긴 일종의 '온라인 팬 미팅'이었다.
실제 퍼즐 세븐틴의 관련 지표도 급상승했다. 방송 직후 퍼즐 세븐틴의 글로벌 신규 유입 이용자는 157% 증가했다. 출시 이후 최고치를 달성한 것이다. 매출도 52.8% 증가했다.
인더섬 with BTS 게임도 팬덤과의 소통을 계기로 흥행 기반을 닦았다. 지난 3월 BTS 멤버 '진'은 인더섬 with BTS 관련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진은 자신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스테이지를 '1분 만에 클리어하기'에 도전하고 특별한 광장 ‘월드 와이드 핸SEOM’에 방문해 아미(ARMY·BTS 팬덤)들과 소통했다. 직접 아이디어를 낸 코스튬도 소개했다. 이후 인더섬 with BTS는 매출은 약 14.5%, 일간활성화이용자(DAU)수는 8.2% 늘었다. 신규 유입 잔존 이용자는 88.5%, 복귀 이용자는 34.8% 증가했다.국내외 팬덤으로 글로벌 이용자도 '확보'
아이돌 IP 게임은 글로벌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췄다. K팝 아이돌의 경우 국내 팬덤뿐만 아니라 해외 팬덤도 폭넓게 형성돼 있어서다. 실제로 퍼즐 세븐틴은 팬덤이 분포된 한국·일본·동남아 지역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트래픽은 인도네시아·동남아 지역이 높고 매출은 일본·한국·대만·미국·홍콩 지역이 강세를 나타냈다.
해외에선 게임 IP 콜라보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인더섬 with BTS는 올해 일본 시장에서 스시로(LINK), 시마무라(LINK) 브랜드 콜라보를 두 차례 진행했다. 스시로 콜라보는 인게임 지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콜라보 실시 전후 14일간(티징 기간·실시 1주일차 지표) 지표 추이를 살펴보면 전주가 BTS 페스타 2025 주간인데도 매출이 약 3.1%, DAU가 약 13.2% 상승했다. 신규가입자는 약 92.6%, 복귀 유저는 약 5% 증가했다.
드림에이지 관계자는 "콜라보를 통해 일본 게임 이용자의 인더섬 IP, 게임 플레이에 대한 충성도, 과금력 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정 아티스트가 아닌 하이브 전체 아티스트 IP를 기반으로 한 '리듬 하이브'도 전 세계 이용자를 확보했다. 리듬 하이브 누적 매출은 일본·미국·대만·홍콩·한국 순으로 높다. 인도 매출은 지난해 대비 40% 이상 늘어날 정도다. 하이브의 신인 아티스트 팬덤들도 계속 유입되고 있다. 리듬 하이브는 2월 아티스트 ‘아일릿’, 9월 아티스트 ‘투어스’ 업데이트 등에 힘입어 매출과 트래픽이 전년보다 상승했다.팬덤 넘어 캐주얼 게임 팬층도 끌어안아
카카오게임즈도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SM 소속 아티스트를 닮은 작은 캐릭터(미니즈)들이 등장하는 퍼즐 게임 '슴미니즈'다.
슴미니즈는 글로벌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 참가자를 모집할 때부터 국내외 팬덤의 관심이 집중됐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한국을 포함해서 글로벌 많은 지역에서 참가 신청이 왔다"며 "아시아권만 있는 건 아니고 서구권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에 아이돌 IP 게임이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다 줄 '효자' IP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 아이돌 IP 게임을 주목하는 이유는 파급력을 통한 '확장성'이다. K팝 팬덤은 엑스(구 트위터·X)와 위버스·버블 등 팬 소통 앱 등을 기반으로 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덕질' 과정에서 바이럴 마케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셈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아이돌 IP 기반 게임의 경우 유명세와 게임성으로 캐주얼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 이용자도 유입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며 "아이돌 IP 게임 유입자가 팬덤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IP 확장도 가능하다. 퍼즐 세븐틴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어프어프'와 콜라보를 진행해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아티스트 IP를 빌려와서 만든 게임이지만 게임성과 화제성이 입증되면서 게임 자체가 IP로 인정받고 있다"며 "아티스트 IP를 가진 덕분에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상호작용도 용이한 편"이라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