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상풍력 임대 전격 중단…도미니언 에너지 주가 4% 급락 [종목+]

입력 2025-12-23 08:10
수정 2025-12-23 08:15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인 ‘코스털 버지니아 오프쇼어 윈드’를 포함해 동부 연안에서 추진 중이던 주요 해상풍력 사업을 전격 중단한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미 건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까지 멈춰 세운 이번 결정으로 미국 풍력 산업 전반이 큰 충격에 빠졌다.

이번 조치로 버지니아 해상풍력 사업을 개발 중인 도미니언 에너지의 주가는 하루 만에 약 4% 하락했다. 도미니언 에너지는 미국 동부 지역을 대표하는 전력 유틸리티 기업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스털 버지니아 오프쇼어 윈드뿐 아니라 △매사추세츠 앞바다의 ‘바인야드 윈드 1’ △로드아일랜드 인근의 ‘레볼루션 윈드 롱아일랜드’ △뉴잉글랜드 지역의 ‘선라이즈 윈드’ △롱아일랜드 남쪽의 ‘엠파이어 윈드 1’ 등 총 다섯 개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대해 연방 정부 차원의 임대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들 프로젝트는 모두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상태였다.

해상풍력 사업은 연방 정부 소유 해역에 터빈을 설치해야 하는 만큼 연방 정부가 부여하는 해상 부지 임대가 필수적이다. 이 임대는 단순한 공간 사용 허가가 아니라 터빈 설치 해저 케이블 부설 장비 운반과 유지보수 등 모든 건설과 운영 활동의 법적 근거가 된다.

따라서 임대가 중단되면 이미 허가받아 공사를 진행 중이더라도 추가 공정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신규 사업 중단이 아니라 사실상 공사 중단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국가안보 우려를 들었다.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국방부 판단을 인용해 해상풍력 터빈의 회전 날개와 고반사 타워 구조물이 군 레이더를 교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더 화면에 잡음이 발생해 실제 이동 표적을 가리거나 가짜 표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내무부는 임대 중단 기간 임차 기업과 주 정부와 협력해 해당 안보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미니언 에너지는 즉각 반발했다. 회사는 성명을 통해 코스털 버지니아 오프쇼어 윈드가 미국의 국가안보와 전력망 안정성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북버지니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으로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도미니언 에너지는 프로젝트가 중단될 경우 군사 시설, AI 인프라, 주요 민간 자산의 전력 공급 안정성이 훼손되고 에너지 비용 상승과 수천 개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화당 소속인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해당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지지해 왔다. 11월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애비게일 스팬버거 차기 주지사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전기요금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해상풍력 제거에 집착한 비이성적 정책이라며 이번 조치가 전기요금을 오히려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결정의 여파는 유럽 에너지 기업 주가에도 즉각 반영됐다. 해상풍력 개발사인 오스테드의 주가는 하루 만에 두 자릿수 급락했다. 오스테드는 덴마크 국영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덴마크 코펜하겐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이번 주가 하락은 유럽 증시에서의 정규 거래 중 나타난 움직임이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 역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에퀴노르는 노르웨이 오슬로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며 동시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도 거래되고 있다. 이번 약세는 유럽 증시와 미국 증시에서 동시에 관측됐다.

오스테드는 레볼루션 윈드와 선라이즈 윈드의 개발사이며 에퀴노르는 엠파이어 윈드 1을 맡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가 모두 임대 중단 대상에 포함되면서 미국 해상풍력 시장을 성장 축으로 삼아온 유럽 에너지 기업들의 사업 전략에도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일 기업 문제가 아닌 미국 에너지 정책 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확산한 사례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정책 변화가 유럽 상장 기업들의 주가에 즉각적인 충격을 줬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산업이 안고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