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후발주자인 블루엘리펀트와 민형사 소송전에 나섰다. 젠틀몬스터가 블루엘리펀트를 상대로 “제품, 매장 인테리어 등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베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다. K아이웨어 흥행을 이끄는 두 브랜드가 ‘짝퉁 소송’을 벌여 관심이 집중된다.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 10월 블루엘리펀트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상 금지 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23일 밝혔다. ‘제니 선글라스’로 유명해진 젠틀몬스터는 김한국 대표가 2011년 설립한 브랜드다. 매장에 거대한 로봇을 설치하는 등 독특한 공간 연출과 제품 디자인으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 사모펀드와 구글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기준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연결 매출은 7891억원이다.
2019년 시작한 블루엘리펀트는 규모는 작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국내외에서 ‘제2의 젠틀몬스터’ ‘가성비 젠틀몬스터’로 알려지며 연 매출이 2022년 10억원에서 지난해 300억원으로 약 30배 급증했다.
아이아이컴바인드 측이 블루엘리펀트에 문제 삼은 건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제품 디자인이다. 2020년부터 블루엘리펀트가 최소 33개 이상 제품의 안경 프레임, 브리지, 다리 등 주요 구성 요소를 베꼈다는 주장이다. 아이아이컴바인드 관계자는 “3차원(3D) 스캐닝 전문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15개 상품은 99% 이상 일치했고, 나머지도 유사도가 95% 이상이었다”며 “젠틀몬스터 안경 디자인을 그대로 본떠 찍어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위법이라는 게 아이아이컴바인드 측 주장이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상품이 출시된 지 3년 이내에 타인이 모방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인 매장 공간 연출이 비슷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문을 연 블루엘리펀트 명동점 내 돌 조형물이 2021년 개점한 젠틀몬스터 상하이 매장 인테리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런 비슷한 공간 연출 및 디자인으로 소비자가 ‘젠틀몬스터와 블루엘리펀트는 같은 회사’라고 인식해 매출이 타격을 받았다고 아이아이컴바인드 측은 주장했다. SNS에서 ‘블루엘리펀트 제품이 젠틀몬스터와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진다’는 허위 정보가 퍼졌는데 사실을 바로잡지 않는 것도 블루엘리펀트의 귀책이라고 지적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청구한 손해배상 규모가 수십억원이지만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수백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해 12월 블루엘리펀트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어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피해 보전을 위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이에 블루엘리펀트는 “상대가 주장하는 제품은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보호될 수 없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책임 있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분쟁이 패션업계 디자인과 공간 연출의 지식재산권 보호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