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정명훈(72)이 KBS교향악단의 제10대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KBS교향악단은 정명훈 감독이 2026년 1월부터 3년간 지휘봉을 잡고 악단의 예술 운영 전반을 총괄하며 중장기 비전을 진두지휘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선임은 내년 창단 70년을 맞는 KBS교향악단이 한국 교향악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국제적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KBS교향악단 이사회는 미래 예술적 방향성과 글로벌 확장성 등을 검토한 끝에, 이달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KBS교향악단은 “신중한 검토를 통해 양측이 향후 예술 운영을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악단의 70년 역사와 한국 교향악단 100년 역사를 이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감독과 악단의 인연은 깊다. 1995년 UN 총회장 특별연주회 지휘를 시작으로 1998년 제5대 상임지휘자를 역임했으며, 2021년에는 악단 최초의 계관지휘자로 위촉되며 호흡을 맞춰왔다. 특히 2024년 대규모 합창 레퍼토리와 2025년 브람스 교향곡 전곡 사이클을 통해 보여준 음악적 응집력은 이번 감독 선임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
정 감독의 세계적인 위상 역시 악단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등 유수의 악단을 이끈 정 감독은 올해 아시아인 최초로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확정되며 저력을 입증했다. 2026년 1월 시작될 정 감독의 임기는 2027년 라 스칼라 감독직 수행과 맞물려 KBS교향악단의 세계 무대 진출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정 감독은 임기 첫해 5회(정기 3회, 기획 2회)의 무대를 지휘한다. 내년 1월 16일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으로 음악감독 공식 행보를 시작해 3월 13일 말러 교향곡 제5번, 10월 2일 말러 교향곡 제4번을 선보인다. 8월 27일에는 피아니스트 김세현과 함께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을 무대에 올린다. 4월 18일에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콘서트 버전으로 들려준다. 1997년 ‘오텔로’로 국내 최초의 콘서트 오페라 형식을 도입한 정 감독이 29년 만에 KBS교향악단과 다시 호흡을 맞추는 오페라 무대다. 악단 측은 “오페라 지휘자로서의 통찰과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을 결합해 원작의 극적 긴장과 서정을 극대화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