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3일 16: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새해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사모펀드(PEF)에 대한 고강도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온다. MBK파트너스를 필두로 PEF 투자 기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 관련 제도 강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번 개선안에는 더불어민주당 발의안 등을 통해 거론된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된 만큼, 내용 자체는 예상 범위 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일부 방안의 실효성과 해외 PEF와의 역차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22일 발표한 ‘기관전용 PEF 제도 개선안'은 PEF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과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운용자산(AUM) 5000억원 이상 운용사에 준법감시인 선임을 의무화하는 한편, 차입·레버리지 규율을 정비하고 중대한 법규 위반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개선안 가운데 업계의 시선을 끄는 대목은 중대·고의적인 위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경고나 과태료 등 기존의 단계적 제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등록 취소 등 중징계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다.
이는 대규모 바이아웃 거래에서 체감 강도가 특히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경영권을 전면적으로 인수·교체하는 바이아웃 거래 특성상, 운용사의 책임 범위와 리스크가 확대될 수밖에 없어 제재 리스크가 곧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바이아웃은 거래 규모가 크고 경영 관여도도 높은 만큼 단 한 번의 판단 오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연스럽게 바이아웃 투자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인수 이후 2주 내에 근로자에게 관련 내용을 통지하도록 한 규정 역시 노조가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양해각서(MOU)나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되면 거래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근로자 통지 의무가 겹칠 경우 노조가 이를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하며 딜 협상에 개입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최종 종결되기 전 단계에서 노조가 거래 구조나 조건을 문제 삼으며 협상에 나설 경우, 딜 일정 지연이나 조건 변경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개선안 전반에 대해서는 “새로운 규제가 생겼다기보다는 기존에 하던 것들을 제도적으로 정리하고 강화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일례로 개선안에는 PEF의 운용 정보와 보수 등에 대해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이에 대해 한 PEF 운용사 대표는 “이미 LP와 국세청 등에 보고하고 있는 사안들”이라며 “보고 대상이 금융당국으로 하나 더 늘어난 것에 가깝다. 별도의 LP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PEF 운용사 대표는 “이미 시장과 LP의 검증 속에서 운영되고 있던 구조를 다시 행정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늘어난 셈”이라며 “MBK파트너스 등 일부 사례로 인해 문제 없이 해오던 운용사들까지 번거로워졌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개선안 전반에 담긴 관리·감독 강화 조치는 운용사 규모에 따라 체감 온도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수의 펀드를 제한된 인력으로 운용하는 중소형 PEF들에게는 이러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중소형 PEF 관계자는 “금융당국 검사와 제재를 전제로 한 내부 관리 체계를 상시적으로 유지해야 하면서 적은 인력으로 여러 펀드를 관리하는 소규모 GP들에게는 상당한 업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PEF와의 규제 형평성 문제 역시 업계의 우려 지점이다. 국내 운용사에만 강화된 관리·통제 의무가 적용될 경우 해외 PEF와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해외 PEF와 동일선상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규제 강도 차이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PEF 업계에서는 이번 개선안을 토대로 향후 입법 논의와 하위 규정 정비가 어떻게 이어질지에 시선이 쏠리는 분위기다. 개선안이 정부안 마련의 기준이 되는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시행령·시행규칙·감독규정에서 어떤 수준으로 구체화될지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를 핵심 변수라는 판단이다.
최다은/박종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