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 30여곳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을 봉합했다. 공사를 멈추지 않고 설계 변경, 물가 변동 등 증액 사유를 검토해 사업 지연을 막았다.
서울시는 지난 2년간 총 37개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갈등을 조정해 사업을 정상화했다고 23일 밝혔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공사원가 급등, 금리 인상 등의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일이 늘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시가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서울시는 작년 ‘공사비 갈등’을 상시 관리가 필요한 정책 과제로 전환하고, 행정 개입에 나섰다.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했다. 공사비 증액 요청이 나올 때마다 시에 즉시 공유되는 구조를 마련해 대응 속도를 높였다. 공사비 쟁점이 클 경우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와 외부 전문기관 검증을 통해 증액 사유를 검토했다.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을 땐 코디네이터(담당관)를 파견해 총회 의결과 변경 계약 체결을 지원했다.
중재 과정에서 사업이 멈추지 않도록 관리한 것이 핵심이다. 공사가 지연되면 조합원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주택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지난 5월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로 공급된 은평구 대조 1구역은 조합 분쟁, 공사비 갈등 등으로 중단이 반복됐던 곳이다. 시공사가 요구한 3771억원을 2566억원으로 조정하면서 사업을 본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갈등이 소송으로 번지며 입주 지연 우려가 발생했던 서초구 ‘메이플자이’(신반포 4지구)는 3082억원에서 788억원으로 조정한 바 있다.
서울시는 검증 활성화를 위해 지난 1일부터 ‘공사비 검증 안내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표준공사계약서를 개정하고 표준정관을 마련해 증액·조정 절차, 검증 시점 등을 명확히 했다. 시는 분쟁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을 모니터링해 사업 중단 없이 중재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