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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 은, 구리 등 귀금속과 금속 값이 사상 최고치를 또 다시 경신했다.
2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시장에서 금 현물가격은 1.5% 상승한 온스당 4,404달러를 기록, 10월에 세운 이전 최고치인 온스당 4,381달러를 넘어섰다. 은 가격은 한때 3.4% 올라 온스당 70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백금 역시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천달러를 돌파했다.
구리 가격도 이 날 톤당 12,000달러에 육박했다. 구리 가격도 올해 연간 상승폭이 2009년 이후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지난 주 발표된 미국의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26년에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귀금속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최근 몇주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금과 은의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을 높여주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석유 봉쇄를 강화하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부에 대한 압력을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중해에서 러시아의 비밀 함대 소속 유조선을 처음으로 공격해 휴전 협상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금과 은은 올해 1979년 이후로 최대의 연간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금 가격은 중앙은행의 매입 확대와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에 힘입어 60% 이상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과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위협이 금값 급등에 불을 지폈다.
금값의 상승은 부분적으로 ‘화폐 가치 하락 거래’에도 기인하고 있다. 화폐 가치 하락 거래란 각국의 부채 증가로 국채와 표시 통화의 가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로 해당 통화 자산에서 자금을 빼내는 현상을 일컫는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금 ETF로의 자금 유입은 5주 연속 증가했다. 세계금협회(WGC) 는 금 ETF의 총 자산이 6월을 제외하고 올해 매월 증가했다고 밝혔다.
페퍼스톤 그룹의 전략가인 딜린 우는 "오늘의 귀금속 상승세는 주로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초기 포지션 형성과 연말 유동성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녀는 11월 미국의 부진한 고용 증가세와 예상보다 낮은 인플레이션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골드만 삭스를 비롯한 투자은행들은 금가격이 내년까지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 삭스는 내년에 금 가격이 4,900달러까지는 오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은 가격 상승은 투기적 자금 유입과 지난 10월 사상 최대 규모의 숏 스퀴즈 이후 주요 거래 중심지의 공급 불균형에 따른 것이다. 상하이 은선물 거래량은 이달 초 급증해 몇 달 전 숏스퀴즈 당시 수준에 근접했다.
올해 들어 약 125% 급등한 백금 가격이 최근 런던 시장의 공급 부족 조짐에 따라 더욱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내 거래자들은 관세 부과 위험에 대비해 백금을 비축하고 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