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거래소 심사 영향" 뜨거웠던 공모주 시장 급랭 우려

입력 2025-12-22 17:02
수정 2025-12-23 17:31
이 기사는 12월 22일 17:0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연말 뜨겁게 달궈졌던 공모주 시장이 연초 숨 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이 증시 활황으로 청약 일정을 연말로 앞당겨 잡으면서 예년과 달리 1월이 한산해졌다. 거래소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장기간의 예비심사 끝에 미승인 결론이 나오는가 하면, 거래소가 쉽게 승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오는 1월 들어 공모주 청약에 나서는 기업은 덕양에너젠 뿐이다. 올해 8곳, 작년 6곳의 기업이 1월 청약을 진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를 받은 기업 3곳(카나프테라퓨틱스, 메쥬, 액스비스)이 모두 내년 1월에 청약을 진행해도 청약 기업은 4곳에 그친다.

12월에 청약 일정이 집중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이 증시 활황세에 올라타기 위해 예비심사를 받은 직후 일정을 빠르게 잡으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통상 10~11월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들도 연초 효과를 누리기 위해 이듬해 초 청약을 진행하던 것과 대조적"이라고 분석했다.

거래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거래소는 최근 네슬레 계열사인 세레신의 상장 예비심사에서 최종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세레신은 앞서 상장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상위기관인 시장위원회 재심을 받았으나, 결과를 뒤집진 못했다.

세레신은 신약 개발 기업으로 지난 6월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01년 설립됐다. 미국과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외국기업이다. 코스닥시장 기술특례상장 절차를 밟기 위해 한국 증시의 문을 두드렸다.

거래소는 세레신의 현재 실적이 탄탄하지 못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레신의 작년 매출은 4592달러(679만원)에 불과했고 순손실은 작년 1343만달러(199억원)에 달했다. 세레신은 기술이전 등 별도 매출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레신의 대표 파이프라인은 알츠하이며 치료제 후보물질인 트리카프릴린(CER-0001)이다. 거래소는 세레신이 불확실성이 높은 임상 3상 과정에 공모자금 상당부분을 투입한다는 점을 크게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상이 실패로 끝나면 세레신이 빠르게 부실화할 수 있어서다.

거래소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예비심사를 장기화하고 있는 기업도 많다. 지난 7월 예비심사를 청구한 서울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서울로보틱스는 산업용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SW) 개발 기업이다.

서울로보틱스 역시 실적이 상장의 걸림돌로 꼽힌다. 작년 매출 42억원, 영업손실 118억원을 거뒀다. 예비심사 문턱을 넘은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의 매출이 보통 100억원을 넘는 것에 비하면 외형이 작다.

서울로보틱스는 도로와 주차장 등 인프라에 센서를 설치해 외부에서 차량을 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자동차 공장에서 나온 신차를 항만까지 탁송하는 과정에 적용된다. 거래소는 서울로보틱스의 영업 연속성 등을 깊이 있게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고객과의 계약이 지속적인 매출을 내기 위해 필수적이어서다.

전기차 급속충전 인프라(CPO) 기업 채비의 상장 예비심사도 길어지고 있다. 채비는 빠른 증시 입성을 위해 이익미실현 특례(테슬라 요건)를 활용했다. 지난 7월 중순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다섯 달 넘게 결과를 받아들지 못했다.

거래소는 채비 사업의 지속성 등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비는 작년 매출 851억원, 영업손실 276억원을 기록했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흑자 전환 시점과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상장된 기업이 부실화될 가능성에 움츠러든 모습”이라며 "급격하게 활황세에 접어들었던 공모주 시장이 당분간 한산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