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 품은 칼라일, 투썸 통하지 않고 직접 인수한 까닭

입력 2025-12-24 09:26
수정 2025-12-26 10:31
이 기사는 12월 24일 09: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칼라일그룹이 KFC코리아를 품으면서 인수 구조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포트폴리오사인 투썸플레이스를 통해 KFC 인수를 추진해왔으나, 칼라일 펀드를 통한 직접 인수로 바뀌면서다. 칼라일과 투썸플레이스 내부에서는 양사 시너지와 엑시트 부담을 둘러싼 이견이 커지며 투썸플레이스를 거치지 않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투썸플레이스 엑시트의 고려한 설계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칼라일은 2022년 투썸플레이스를 약 1조원에 인수했다. 이는 당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약 15배 안팎의 멀티플을 적용한 가격이다. 높은 밸류에 인수한 만큼, 투썸 단독으로는 추가적인 밸류 상승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최근 커피 프랜차이즈 업종 전반의 거래 배수 역시 보수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투썸플레이스 단독 엑시트는 난이도가 높다는 인식이 공유됐고, 이에 따라 KFC를 결합해 엑시트 옵션을 넓히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다만 이를 두고 판단이 갈렸다. KFC와 투썸플레이스는 업태와 브랜드 성격이 크게 다른 만큼, 운영·유통 측면에서의 시너지가 제한적인데다 몸집이 클 경우 매각 과정에서도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심끝에 투썸플레이스를 통한 추가인수 대신 따로 인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투자 구조 역시 투썸플레이스 엑시트를 고려해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일은 KFC와 투썸플레이스와 동일한 투자 법인(홀딩컴퍼니) 산하에 편입해, 시장 상황에 따라 각각 분리 매각은 물론 패키지 매각까지 검토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자산은 분리하지만 향후 매각할 때의 선택지는 열어둔 구조”라고 평가한다.
딜 공백 이어이자…KFC 성장 여력에 베팅기존 포트폴리오의 엑시트 시점이 점차 다가오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실함도 이번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칼라일은 국내에서 투썸플레이스 이후 4년째 바이아웃 딜이 없는 상황이었다. 에코비트 등 국내 조단위 딜을 검토하긴 했지만, 실제로 성사되진 못했다.

이 가운데 KFC의 성장 여력을 확인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후문이다. KFC의 실적은 오케스트라PE가 인수한 2023년 매출 2483억원, 영업이익 29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2923억원, 영업이익 164억원으로 뚜렷하게 개선됐다.

기존 외식업 투자 경험도 힘을 실었다. 칼라일은 이미 KFC재팬을 인수해 글로벌 본사 얌브랜드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2017년에는 맥도날드 중국·홍콩 사업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해 약 6억달러를 투자한 뒤 2024년 약 18억달러에 지분을 매각하며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인지도가 있는 퀵서비스레스토랑(QSR) 브랜드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칼라일은 가맹사업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KFC는 그간 글로벌 본사 얌브랜드의 정책에 따라 직영점 중심으로 운영돼 왔지만, 이전 최대주주였던 오케스트라PE와 글로벌 본사의 협상으로 가맹사업이 가능해졌다. 가맹 모델로 전환할 경우 가맹비와 원·부자재 공급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면서 자본 투입은 줄일 수 있다. KFC는 210여 개 매장 가운데 가맹점이 20여 개에 불과해 가맹 확대에 따른 성장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