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당원 게시판' 사태를 조사하는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이 "가면을 쓴 그의 변신은 상당한 정도까지 가능하지만, 결코 완전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당원 게시판 조사에 반발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22일 자신의 블로그에 엘리아스 카네티의 책 '군중과 권력'의 일부를 인용해 '실상과 가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위원장은 "가면을 쓴 사람은 자신의 본 모습을 완전하게 파악하고 있지만, 그의 임무는 가면을 쓰고 분장하는 것"이라며 "그는 자신이 쓰고 있는 가면의 특성에 상응하는 어떤 한계 내에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고 했다.
이어 "가면을 쓰고 있는 한, 그는 자신과 가면이라는 이중의 얼굴을 갖는다"며 "그가 가면을 자주 쓰면 쓸수록, 그리고 가면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자신은 그만큼 더 가면의 실상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그의 변신은 상당한 정도까지는 가능하지만, 결코 완전할 수는 없다. 가면은 변신을 방해하는 제한 장치"라며 "가면은 벗겨질 수 있고 가면 착용자는 그것을 두려워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5일에도 "소가 본래 (들이) 받는 버릇이 있고, 임자가 그로 말미암아 경고까지 받았음에도 단속하지 않아 사람을 받아 죽인다면, 그 소는 돌로 쳐 죽일 것이고 임자도 죽일 것"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 역시 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었다.
그는 구약 성경 출애굽기를 인용한 글에서 "성경은 경고를 받았음에도 단속하지 않았다면, 소가 사람을 죽였을 때 임자도 함께 죽일 것이라고 명한다"며 "위험성이 드러났음에도 관리하지 않고 방치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고가 아니라 예견된 재난"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후 16일 당무감사위원회를 열고 한동훈계인 김종혁 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에 대해 당론과 어긋난 발언을 했다며 당원권 정지 2년의 중징계를 윤리위원회에 권고했다.
이후 한 전 대표가 얽힌 '당원게시판 사건'에 대한 당무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당원게시판 사건은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다.
한편, 한 전 대표는 전날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토크 콘서트를 여는 등 지지층 결집 행보를 시작했다. 한 전 대표가 당 대표에서 물러난 뒤 대규모 공개 행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지지자 1500여 명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대표는 토크 콘서트에서 최근 당무 감사 흐름을 겨냥해 "(당내에)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당과 싸우는 저와 싸워서 정치적 탈출구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며 "같은 진영과 당내 공격은 늘 있고 허용할 수 있지만, 당의 권한을 이용해 이렇게 당내 인사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건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또 문재인 정부 때 검사로서 좌천당한 일을 상기하며 "저는 권력에 찍힌, 누구 말처럼 '들이받는 소' 같은 공직자였을 뿐"이라며 "그때 의식적으로 일상을 지키려고 한 노력이 (탄압을) 이겨내는 힘이 됐다"라고도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