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포드와 체결한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 해지 악재가 2차전지주 매수 기회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악재에 따른 급락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생겼다는 진단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5~19일) 한 주 동안 LG에너지솔루션은 14.93% 급락해 37만9000원으로 마감됐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와 맺은 2건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장기 공급 계약 중 하나가 해지됐다고 지난 17일 공시한 뒤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해지된 계약은 2027~2032년 6년간 폴란드 프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하는 7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한 계약으로, 금액 기준으로는 9조6030억원에 달했다.
대장주의 대형 악재로 2차전지 섹터 전반의 투자심리가 급랭했다.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을 담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2차전지 산업과 TIGER 2차전지 테마는 지난주 한 주 동안 각각 10.97%와 10.4% 하락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엔솔과 포드의 계약 일부 해지는 2027년 이후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실적 개선이 더딜 수 있다는 걸 나타낸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악재”라면서도 “주가 측면에서는 악재로 인해 다시 매수기회가 오고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기차 업황 회복은 기대에 못 미치는 대신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가 배터리 수요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김 연구원은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전개되는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 이에 기초한 ESS 수요 증가, 한국 기업들의 미국 ESS 시장 내 점유율 상승 추세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약 89조원 수준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악재에 둔감하고 호재에 민감해지는 가격대에 진입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업황이 회복되지 않으면 2차전지 섹터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하나증권은 분석했다. 그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 상승 기대치를 시가총액 120조원 수준으로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 10월 ESS 분야의 성장 기대감으로 2차전지 섹터의 주가가 급등하며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이 120조원에 근접한 바 있다”며 “당시 추가 상승을 위해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현재는 ESS 분야가 있기에 전기차 분야가 부진해도 다시 매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