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의원도 "어린 것" 무시…'최고령' 국회의 씁쓸한 현실 ['영포티' 세대전쟁]

입력 2025-12-25 15:00
수정 2025-12-25 17:20

"득표수가 같을 때는 연장자를 당선자로 한다."

한국 국회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를 자처하고 있지만, '나이' 앞에서만큼은 예외다. 민주주의보다는 연장자가 우대된다. 이런 식의 규정은 공직선거법은 물론 국회법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

22대 국회에는 20대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고, 30대 의원은 14명에 불과하다. 40대 의원은 19대 때 80명(27%)에서 22대엔 30명(10%)으로 급감했다. 청년 정치인의 절대적 숫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제도마저 연장자를 우선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는 셈이다.

'영포티'와 '넥스트포티'가 사회 전반에서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지만, 중재자가 되어야 할 국회는 갈수록 고령화되며 시대의 흐름과 동떨어진 '섬'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경닷컴 ['영포티' 세대전쟁] 팀은 22대 국회에서 고군분투 중인 더불어민주당 모경종, 국민의힘 김용태, 개혁신당 천하람 등 세 의원으로부터 '현실 정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갈수록 평균 연령이 높아져 22대 국회에서는 역대 최고령인 56.3세를 기록한 상황, 숫자로만 보면 국회에서 '비주류'인 이들은 어느 때보다 높고 견고해진 국회 진입 장벽에 대해서 공감했다. 또 청년을 '현재 세대'가 아니라 '미래 세대'로 규정하는 관행이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국민연금 개혁이나 정년 연장처럼 세대 간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공통으로 해당 논의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과소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 의원은 청년 정치인이 선거 국면에서만 '상징적 존재'로 소환된다는 점에서도 문제의식을 같이 했다. 짜임새 있는 교육을 받으며 정치인으로 성장할 기회가 부족한 데다, 청년을 동반자가 아니라 '이미지 소구용 도구'나 '포장지'로 본다는 지적도 나왔다.

'병풍'으로 남기를 거부하고 '희망'의 근거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치열한 고민은 대한민국 정치의 고질적인 세대 불균형을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다음은 모경종, 김용태, 천하람 의원(소속 정당 국회 의석수 순)과 질의응답

Q. 20대 국회의원은 전무하고, 30대 국회의원은 14명으로 5%도 채 안 된다. 청년 정치인이 희소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모경종 "질문의 관점을 바꿔보고 싶다. 단순히 2030 국회의원이 적은 게 아니라, '80년대생·90년대생' 의원이 없다고 불러야 한다. 20대, 30대라는 호칭은 10년 뒤면 사라지지만, 몇 년대생인지는 변치 않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젊은 정치인은 선배 세대보다 물리적인 사회·정치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이를 돌파하려면 현시점의 알고리즘에 맞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나이와 상관없는 '낡고 늙은 정치인'일 뿐이다. 또한 우리 사회가 청년을 자꾸 '미래 세대'라고만 부르는데, 청년은 엄연히 현재를 함께 이끌어가는 '현재 세대'다. 정치권이 이들을 육성군 또는 마이너리그 취급하며 울타리에 가둬놓고 배제하다 보니 기성세대 중심의 편중된 정치 구조가 굳어졌다. 세대교체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구성이다."

김용태 "구조적인 모순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공천이 중요한데, 그 과정에 당 대표나 대통령실이 관여하는 관행이 있다. 권력자들은 유권자를 대변하는 사람보다 권력을 대변하고 아부하는 사람을 선호해 왔고, 그 결과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다. 나 역시 경선을 거쳐 당선됐지만, 제도 자체가 청년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걸 절감했다. 경선에 들어가도 이미 사회적 부와 인지도를 갖춘 중장년층과 겨루어야 한다. 정치 신인인 청년들이 이 거대한 벽을 넘기에는 현실적인 애로사항이 너무 많다. 이것이 결국 젊은 정치인이 줄어들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다."

천하람 "역설적으로 정치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과거 19대 국회 등에서 3040 의원이 많았던 건 소위 '총재'들이 운동권 선두 주자나 엘리트들에게 적극적으로 '황금 사다리'를 내려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총재 정치가 사라지고 경선 시스템이 공고해졌다. 경선은 오래 살수록 돈과 인맥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소선거구제와 양당제가 결합하면서 정당은 지역구에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을 내보낸다. 우리 사회에서 그 표본은 보통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갖춘 5060 남성이다. 특출난 정치적 이유나 청년 배려 지역구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 젊은 인재를 공천할 이유가 없는 구조다. 단순히 '청년 쿼터'만 두면 말 잘 듣는 청년들만 들어올 우려가 있으므로, 지방 기초의원 레벨에서부터 젊은 사람을 적극 발탁해 네트워크를 쌓아 성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대안이다.

Q. 청년 정치인들이 선거 때는 '세대 대표성'의 병풍처럼 활용되지만, 선거 후 모든 혜택은 기성 정치인이 가져간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경종 "영국 노동당의 '영 레이버(Young Labour·노동당 산하 청년 조직)'처럼 정치인을 성장시키기 위한 공식적이고 짜임새 있는 정당 교육 프로그램이 대한민국에는 없다. 공식적인 육성 과정이 없으니 청년들은 지역 유력 정치인을 따라다니며 기회를 엿볼 수밖에 없고, 보호받을 울타리도 없다. 시스템이 없으면 병풍처럼 쓰이다 사라지는 사례가 반복된다. 정당이 공식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인재를 키워낸다면 주권자에게 자신 있게 공천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젊은 사람이 본인을 '정당인'이라 소개하면 '정치 낭인'이나 '백수'로 보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데, 정치 선진국처럼 정당이 육성하는 공식 인재로 보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김용태 "정치권이 청년을 동반자가 아닌 이미지 소구용 도구로 본다. 2020년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청년 벨트'를 만들어 험지에 청년들을 전면 배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청년을 챙긴 것이 아니라, '우리 당이 청년을 우대한다'는 이미지를 마케팅하기 위한 전략일 뿐이었다. 청년을 위한 진정한 정책이나 공천보다 전체 선거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천하람 "대부분 그렇다. 젊은 느낌을 내기 위한 '포장지'로 쓰인다. 더욱 슬픈 것은 당내에서 오래 활동한 분들은 '포장지로라도 쓰여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현실이 더 안 좋다는 점이다. 청년을 능력으로 대우하기보다 '가방 셔틀'처럼 부리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인재를 영입하고 키우는 시스템이 안착하지 않는 이유는 당 대표가 바뀔 때마다 모든 게 다 바뀌기 때문이다. 당 대표 입장에서는 자기 사람으로 갈아치워야 힘이 실린다고 생각한다. 결국 청년들은 허드렛일만 하다가 못 견디고 튀어 나가거나, 꾸역꾸역 견딘 소수만 가끔 기회를 받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Q. 현장에서 '나이' 때문에 무시당하거나 의견이 묵살되는 등 이른바 '경험 미숙' 프레임에 갇혔던 적이 있을 것 같은데?

모경종 "냉정하게 말하면 없다. 제가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부 편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끊임없이 대화하며 능력과 비전을 공유하면 선배 의원들도 신뢰를 보낸다. 선입견을 깨는 것 역시 나의 능력 여하에 달린 문제다. 물리적 시간에서 오는 경험의 한계는 인정해야 한다. 대신 선배 세대가 가지지 못한 현시점의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그분들의 전통적이고 안정적인 경험과 교환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서로가 장점을 교환할 때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

김용태 "올해 5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자, 일부 진보 매체 사설에서 나를 '얼굴마담'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하지만 실제 비대위원장의 권한을 행사하며 '보수 개혁'과 '당 5대 개혁'을 추진하자 당내 정치인들이 매우 당황해했다. '젊은 비대위원장이 왜 불편하게 개혁하려 하느냐'는 시선이었다. 상임위에서도 야당 의원이 나를 향해 '어린 것'과 관련된 발언을 한 적이 있어, '그러면 의원님은 늙은 뭐라고 불러드려야 하느냐'고 받아쳐 정회된 사례도 있다. 우리 정치권에 유교적 서열 문화가 여전하다."

천하람 "노안이라 그런 경험이 많진 않지만(웃음), 결정적인 순간에 '너는 아직 젊으니까 다음에 해라'는 식의 말이 많이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 젊은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진들이 탄핵 정국 등의 경험을 들먹이며 '경험이 부족해서 모른다', '그때 보니 가만히 있는 게 최고더라'라며 패배주의를 주입한다고 한다. 의지를 갖고 무언가 해보려 해도 '너무 설친다', '세상 물정 모른다'는 피드백이 돌아오는 식이다."

Q. '청년 유권자'와 '기성세대 유권자'의 요구 사이에서 발생하는 충돌이나 딜레마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경종 "정년 연장 관련 논의가 대표적이다. 현재 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청년TF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모두를 만족시킬 대안을 내놓기는 어렵다. 누군가 득을 보면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데, 지금까지는 그 손해를 보는 쪽이 대개 청년 세대였다. 원인은 명확하다. 정책을 주도하는 층이 청년이 아니며 결정 과정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이나 연금 개혁 같은 과제에서 청년이 원하는 대로만 갈 수는 없더라도, 그들의 주장이 결론에 녹아 있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청년의 이야기가 단순 반영을 넘어 실제 정책에 '적용'까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김용태 "연금 개혁이나 최근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년 연장법이 전형적인 세대 갈등 사안이다. 무차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들의 일자리 수요가 뺏기게 된다. 현재 직장에 있는 청년들조차 진급 시기가 늦어지는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추진된다면 세대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천하람 "늘 있고, 대부분의 경우 표에서 손해를 본다.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제안했을 때 청년층은 공감하지만, 표 확장으로 이어지는 건 어렵다. 반면 반대하는 분들은 적극적으로 지지율을 깎아 먹는다. 하지만 미래 세대의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 정당의 정체성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럴 거면 정치를 할 이유가 없다. 욕을 먹더라도 필요한 이야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감수하고 있다."

홍민성/이슬기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