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필리조선소의 자신감 "미국형 핵잠수함 건조 가능하다"

입력 2025-12-21 17:57
수정 2025-12-29 15:46
한화그룹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건 딱 1년 전인 지난해 12월 20일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란 말도 없었을 때다. 코로나19 당시 상주 인력이 100명까지 줄었던 필리조선소는 정부 발주의 국가안보 다목적 선박 등 일부 일감으로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다. 한국과 같은 첨단 시스템도, 숙련된 일꾼도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이런 필리조선소에서 그룹의 미래를 찾았다. 곧 들어설 트럼프 시대를 맞아 ‘미국’과 ‘방위산업’에서 새로운 기회가 올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김 부회장의 베팅은 ‘신의 한 수’가 됐다. 한·미 정부의 전방위적인 지원과 한화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한화필리조선소가 내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생산기지로 선정될 가능성도 생겨서다.

◇ 인수 1년…높아지는 수익성한화그룹은 현재 1~1.5척인 한화필리조선소의 연간 건조량을 중장기적으로 연 20척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내년부터 7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종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했다. 첫 번째 투자 대상은 독이다. 한화필리조선소에는 두 개의 독이 있지만, 바닷물을 뺀 상태에서 배를 짓는 ‘드라이 독’은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배를 바닷물에 띄운 뒤 마무리 작업을 하는 안벽으로 쓰이는데, 한화는 이 안벽도 드라이 독으로 바꿀 계획이다. 한화는 이를 포함해 독을 4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660t의 크레인에 더해 1000t의 짐을 나를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도 설치한다. 골리앗 크레인은 수백t짜리 선박 블록을 들어 올려 필요한 곳에 쌓아 올리는 역할을 한다. 클수록 블록을 나르는 횟수가 줄어 선박 건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한화의 목표는 한화필리조선소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처럼 한 개의 독에서 연 8척 이상을 생산하는 효율적인 조선소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조선소 대표는 “5~10년 안에 한국 시스템 이식을 완료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부지 확장…시 정부와 논의 중조선소 확장도 추진한다. 필라델피아 시 정부와 부지 확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종무 한화필리조선소 사업기획총괄은 “계획대로 되면 한화필리조선소 인력은 5000명으로 늘어난다”며 “필라델피아에서 고용 인원이 가장 많은 제조업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화필리조선소는 생산 효율 향상으로 내년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필리조선소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한·미 정부 지원을 받아 전용 설비를 갖추고, 한국과 인력 교류만 이뤄지면 충분히 건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 정부는 최근 핵잠수함 선체와 원자로 등을 10년 안에 만든다는 계획을 내놨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핵잠수함은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핵잠수함은 한국에서 건조하고, 미국 핵잠수함(대형 버지니아급)은 ‘마스가’ 펀드를 활용해 필리조선소에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필리조선소는 핵잠수함뿐 아니라 미국전투지원함 건조 프로젝트 참여 절차도 밟고 있다.

미 군함 분야는 최근 호주 정부로부터 최대주주(지분 19.9%) 자격을 승인받은 호주 방산기업 오스탈과 협력해 뛰어들 계획이다. 오스탈은 앨라배마주 모빌에 둔 오스탈USA를 통해 미 해군의 연안전투함 등 군함은 물론 핵잠수함 모듈도 생산하고 있다.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에 따라 미 군함은 미국에서만 건조·수리할 수 있다. 오스탈은 미군 소형 수상함과 군수 지원함 시장의 40∼60%를 차지하는 만큼 상선 중심인 한화와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필라델피아=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