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 최우제 “T1 쓰리핏, 멋있더라…MSI 선발전 패배 가장 아쉬워”

입력 2025-12-27 07:00
수정 2025-12-27 11:20
‘제우스’ 최우제는 리그오브레전드(LoL) e스포츠 ‘역체탑’(역대 최고의 탑라이너) 1순위 후보로 꼽힌다. 지난 2021년 T1에서 국내 리그인 LCK 무대에 데뷔한 그는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으로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 우승을 차지했다. 2023년엔 결승전 파이널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데뷔 초부터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며 슈퍼 루키에서 단기간에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최우제는 올해 친정 팀인 T1을 떠나 한화생명e스포츠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적하자마자 LCK 컵과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FST)에서 연이어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진출에 실패하며 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내 리그 LCK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월즈 8강에서 탈락하며 2025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번 시즌에 대한 아쉬움을 간직한 최우제를 경기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한화생명e스포츠 캠프원에서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2025 시즌에 대한 소회를 담은 上 편과 2026 시즌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한 下 편으로 나뉘어 게재된다.
T1을 떠나 한화생명 소속으로 치른 첫 시즌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T1에서 오래 (선수 생활을) 하다가 한화생명으로 오게 됐다. 두 팀 모두 좋은 팀이라고 느꼈다. 또 처음 해보는 선수들이 많다 보니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다만 성적적으로 봤을 때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다

이야기한 대로 시즌 초반 LCK컵과 FST 우승 등을 달성하며 성과를 냈다. 빠르게 합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배경이 있었나?

같이 했던 왕호 형('피넛' 한왕호)이나 도현이 형('바이퍼' 박도현) 등 기본적으로 잘하는 선수기 때문에 서로 말하지 않아도 잘 맞았던 것 같다. 특히 라인 스와프 구도에서 도현이 형과 의견을 맞춰가면서 잘했던 것 같다.

마침 라인 스와프 이야기가 나와서 여쭤본다. 최근 은퇴한 ‘피넛’ 한왕호 선수가 개인 방송에서 우제 선수에 대해 라인 스와프를 잘하는 선수라고 높이 평가했다.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을까?

아무래도 많이 경험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자주 등장하면서 거의 정석적인 운영이 되다 보니 이에 대한 대처를 많이 생각한 것 같다. 특히 바텀과 잘 소통하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인 스와프와 관련해 깨달음을 얻은 구체적인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2024년 월즈였다. 2024년에는 MSI부터 라인 스와프 구도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 이후 패치에서 하향을 받아서 안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나와서 정신을 못 차렸다. (웃음) 당하다 보니 월즈에서부터 결국 라인 스와프를 잘해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계속 고민을 하면서 바텀과 호흡을 맞추다 보니 시야가 트인 것 같다.

랭크 게임 등에서 라인 스와프 전략을 활용하고자 하는 팬분들에게 조언을 전한다면

(일반적으로) 라인 스와프를 사실 바텀이 지니까 탑이 대신 가서 맞아라 이런 느낌으로 많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탑과 바텀 모두 손해를 안 보는 게 중요하다. 한쪽이 너무 손해를 보면 다른 쪽에서 더 많이 이득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바텀과 탑이 모두 주도권을 갖는 상황에서 라인을 밀고 바꾸는 것이 좋다.

2025 시즌, 초반 기세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원인이 뭐라고 진단했는지도 궁금하다.

T1이나 젠지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았던 거 같다. 뭔가 돌아가면서 실수하다 보니 팀적으로 흔들렸다. 젠지를 상대로 잘 이겨왔는데 MSI 선발전에서 2 대 0으로 이기다가 역전패를 당한 게 컸던 거 같다.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치면서 뭔가 세계선이 뒤틀린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결국 LCK 결승 진출도 하고 월즈에 갔다. 월즈에서도 연습 과정에서 방향성과 경기력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8강에서 다시 젠지에 패하면서 탈락해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왕호 형이나 도현이 형과 함께 좋은 성적을 못 낸 게 되게 아쉽다.

월즈 8강을 앞두고 당시 한왕호 선수가 젠지를 만날 것 같다고 인터뷰를 했었다. 팀적으로 뭔가 그런 예감이 있었는지

사실 저는 최대한 한국 팀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해외 팀을 만나면 어느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젠지가 제일 힘든 상대라고 생각했다. 결국 젠지와 만나게 됐을 때는 이기면 리턴이 크다고 느꼈다. 사실 경기를 했을 때도 충분히 이길만 하다고 느꼈는데 결국 패한 게 아쉽다.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월즈 결승에 갔고 2년 연속으로 우승도 했다. 올해는 일찍 시즌을 마감했다. 어떤 마음이었는지도 궁금하다.

뭔가 저는 8강에서 떨어지고 (전 소속 팀인) T1이 우승까지 하는 걸 보며 여러 감정이 들었다. 첫 번째로는 아쉬움이 컸고 두 번째로는 T1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정말 어렵게 결승에 가는 과정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 모습을 보며) 다시 도전해서 나도 우승을 해야겠다는 긍정적인 쪽으로 마음을 먹으려고 노력했다.
한왕호 선수가 은퇴를 했다. 1년간 함께 하며 지켜본 한왕호는 어떤 선수인지, 또 떠나기 전에 나눈 이야기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사실 같이 하기 전부터 왕호형은 잘하는 선수로 유명했다. 또 무서운 선수로도 알려져 있었다. (웃음) 같이 하면서 게임 외적으로 다른 선수들의 저점을 올려주려고 노력하는 걸 많이 느꼈다. 항상 편안하고 재밌는 형이었다. 좀 슬프고 아쉬운 상황에서 떠나서 안타까웠다. 왕호형이 은퇴하면서 “너희도 언젠가 이런 순간이 다가올 것"이라면서 "후회하지 않게 잘해라”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한왕호 선수가 저점을 올려주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어떤 점에서 느꼈는지 알 수 있을까?

예를 들면 (왕호형은) 피드백을 할 때 좀 큰 틀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잡아준다. "다음에 이런 상황이 나올 때 이런 플레이는 나와야 한다" 이런 식으로 팀 간의 약속을 정해주려고 했다. 최대한 고점을 보려고 하는 나와는 다른 모습이어서 인상 깊었다.

은퇴 후 한왕호 선수가 구 락스 선수들과 함께 SOOP에서 진행하는 대회에 나가는 등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사실 도전한다고 들었을 때 힘든 도전을 택한 걸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은퇴하고도 LoL을 계속 한다는 게 멋있다고 느꼈다. (왕호 형이) 군대 가기 전까지 재밌게 놀고 갔으면 좋겠다.(웃음)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