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m 포신, 자체개발 접고 K9에 탑재…한화 수주 '청신호'

입력 2025-12-21 18:43
수정 2025-12-22 00:49
미국 육군이 자체 개발해온 ‘155㎜ 58구경장 포신’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에 붙이는 연구에 착수했다. 미 육군이 ‘사거리 연장형 야포’(ERCA) 개발 과정에서 추진했다가 상용화 단계에서 접은 장포신(長砲身) 기술을 검증된 상용 플랫폼인 K-9 자주포에 얹어 다시 시험·검증하겠다는 의미다. 방위산업계에선 “향후 미 육군이 자주포 신무기 입찰에 나설 경우 협업해온 한화의 K-9 자주포가 낙점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란 평가를 내놓는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 육군 전투역량개발사령부(DEVCOM) 산하 무장센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와 이 같은 내용의 협력연구개발협정(CRADA)을 체결했다. 핵심은 미국 정부가 설계한 58구경장 포신을 K-9 계열 자주포에 붙이는 것이다. 155㎜ 58구경장 포신은 구경(탄 지름) 155㎜를 기준으로, 포신 길이가 구경의 58배(약 9m)란 뜻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표준은 52구경장(약 8m)이다.

포신이 길어지면 탄이 포신 안에서 추진가스 압력을 받는 시간이 늘어난다. 초기 탄속이 빨라질 뿐 아니라 같은 조건에서 사거리와 탄도 안정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업계에선 신형 탄약에 58구경장 포신을 조합하면 사거리가 7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52구경장 자주포의 사거리(40㎞)를 압도한다.

미 육군은 2018년부터 ERCA 프로젝트를 통해 58구경장 포신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적은 발사 횟수에도 포신이 과도하게 마모되는 문제가 거듭되자 지난해 ERCA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이후 미 육군은 차기 자주포를 새로 개발하기보다는 단기간에 전력화가 가능한 상용 체계를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화 등 복수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 검증을 했다. 이 과정에서 58구경장 포신을 K-9에 얹은 뒤 신형 첨단 탄약과 결합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미 육군의 요구 조건은 최대 사거리 70㎞, 미군이 현재 쓰는 M109A7 자주포급 장갑 방호력, 미군의 주력 다연장로켓인 HIMARS에 버금가는 기동성 등이다. 업계에선 K-9 자주포를 가다듬으면 미군 요구 조건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K-9 자주포는 발사량과 발사 속도, 사거리와 신속 재보급 측면에서 미군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협정을 통해 58구경장 포신 통합·시험 데이터를 축적해 미국의 차기 자주포 사업에서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