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로 보면 일본이 연 0.75%로 한국의 연 2.5%보다 여전히 낮다. 하지만 국채 금리는 다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중국을 넘어선 지 오래고 30년 만기도 한국을 웃돌기 시작했다. 일본은 더 이상 저금리 국가가 아니다.
일본의 국채 금리 상승 원인은 위험 수위를 넘어선 270%의 국가채무 비율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추세다. 18조엔 규모 긴급 추가경정예산 발표에 이어 내년도 대규모 예산안 편성으로 국채 금리 추가 상승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도 올라가거나, 일본처럼 기준금리 인상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을 ‘파월 수수께끼’라고 부른다. 과거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렸는데도 국채 금리가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에 빗대 만든 용어다. 작년 9월 이후 Fed는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내렸지만, 국채 금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파월 수수께끼가 나타나면 기준금리 인상 의도와 전혀 다른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의 기준금리 인상은 엔화 강세를 유도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목적이다. 자산시장 관점에선 ‘엔 캐리’ 자금 청산을 유발해 증시에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파월 수수께끼가 나타나면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국가 부담 가중과 엔화 위상 하락이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렸는데도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54엔대에서 157엔대로 급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되레 엔저가 심화하면 물가는 더 뛰고, 엔 캐리도 청산은커녕 확산할 확률이 높아진다.
BOJ가 지난 1월 기준금리 인상 뒤 11개월 동안 추가 인상을 고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경제 상황은 올해 초에 비해 오히려 악화했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로 -2.3%로 추락했고 10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로 뛰었다. 40년 만의 스태그플레이션 재현 국면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엔저를 고집한 아베파(派)를 중심으로 우에다 총재가 제2의 ‘미에노 실수’를 저지를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다. 1990년대 일본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처하자 경기 부양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대장성과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미에노 패러다임 간 충돌이 벌어졌다. 이때 미에노 야스시 BOJ 총재의 기준금리 인상은 일본 경제를 잃어버린 10년에 빠뜨리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이번 회의 직전 추가 금리 인상을 묵시적으로 용인한 다카이치 총리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공약대로 아베노믹스를 추진하기 위해 BOJ에 금리를 못 올리도록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는 시각이다.
자산시장 관점에서 다행인 것은 이번 회의 이후 엔 캐리 청산 우려가 약해지면서 세계 증시가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작년 8월 초처럼 엔 캐리 청산 쇼크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를 무색하게 하는 흐름이다. 한국 증시에선 미국 마이크론의 ‘깜짝 실적’과 함께 엔 캐리 자금 유입으로 연말 랠리가 나타날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나온다.
앞으로의 관심은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다. 최근 엔화와 원화 간 상관계수가 0.5 안팎까지 높아졌다. 이번에 BOJ가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도 엔화 환율이 올라가면 원·달러 환율도 따라 상승할 수 있다. 환율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 외환당국은 이 점을 유념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