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일본의 한 인사가 핵무기 개발 필요성을 피력한데 대해 "전범국 일본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망동을 단호히 저지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핵 무기 관련 움직임이 나오자 북한이 자신들의 핵 보유를 정당화할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북한은 외무성 일본연구소 소장 명의 담화를 통해 "일본의 손아귀에 핵무기까지 쥐어지면 인류에게 대재앙을 들씌우게 될 것"이라며 일본의 핵 개발 움직임을 비판했다. 북한은 "핵무장화에 뛰어들려는 일본의 뻔뻔스러운 행태는 국제사회가 경각심을 가지고 지탄해야 할 최대의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8일 일본 총리실 안보정책 담당 간부가 사견을 전제로 “우리(일본)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북한은 "정부에 안보정책을 건의한다는 고위 관료의 입에서 이와 같은 무모한 발언이 나온 것은 핵보유 시도가 일본 정계에 짙게 팽배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일본의 호전적이며 침략적인 정체를 여과없이 보여주고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코 실언이나 일종의 객기에서 나온 주장이 아니다"라며 "일본이 오랫동안 꿈꿔온 핵무장화 야망을 직설한 것이며 일본 헌법은 물론 전패국으로서 걸머진 의무를 명시한 제반 국제법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파장이 커지자 정부는 "정책상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을 견지하고 있다"고 수습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지난달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비핵 3원칙에 대한 질문에 "이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원칙 재검토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일본의 핵 개발 야망을 비판하며 한국의 핵 잠수함 건조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은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를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내각관방장관과 방위상 등 정부 고위 인물들은 지금껏 금기사항으로 간주돼 온 핵동력잠수함 보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고 했다.
북한은 "일본 당국이 저들의 핵 보유 야망에 대한 내외의 반응을 타진하고 점차 면역을 키우기 위한 여론을 조성하면서 핵무장의 길을 열어보려는 작당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직관해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일본의 군사적 행보를 비난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흥미로운 북한측 속내가 엿보인다"며 "북한 입장에선 주변국인 일본이 핵을 가지려 하니, 우리 핵 보유는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는 논리를 내세울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어 "악화된 중일 관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 역시 강하게 투영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