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미국만으론 안된다"…2026 투자 5대 포인트 [빈난새의 빈틈없이월가]

입력 2025-12-21 08:00
수정 2025-12-22 10:30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오라클·브로드컴이 촉발한 인공지능(AI) 기술주 조정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한참 미뤄졌던 고용·물가 지표 공개,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그리고 사상 최대 규모의 옵션 만기까지. 격동의 주간을 마치고 미국 증시가 연말 랠리의 기대를 되살리고 있습니다.


월가에선 남은 7거래일 간 과연 미국 증시가 또 한 번 신고가를 경신할 수 있을지, 산타가 이미 다녀간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이견도 있습니다. 올해 S&P 500은 무려 37번 신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마지막 기록은 지난 11일 6901(종가 기준)인데요. 연초부터 올해 말 S&P 500 목표가 7000을 제시했던 야데니리서치는 "최근 매그니피선트 7에서 다른 섹터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순환매가 벌어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올해 최고 기록은 6901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반대로 연말까지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타델증권의 스캇 럽너 주식·파생상품 전략 총괄은 "1928년 이후 S&P 500은 12월 하순에 75%의 확률로 상승했고, 평균 수익률은 1.3%였다"면서 "2주 단위 구간으로 볼 때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시기"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단기 전망은 다소 엇갈려도, 2026년 미국 증시에 대한 월가의 전망은 낙관론이 압도적입니다. 내년에도 4년 연속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다만 상승폭에 대해선 하우스별로 전망이 크게 갈립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말 7100, JP모건 7500, 골드만삭스 7600, 도이치방크 8000, 오펜하이머는 8100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골드만삭스의 주식 프랜차이즈 영업 총괄 마크 윌슨은 2026년 주목해야 할 핵심 투자 테마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는데요. 월가의 다른 유명 하우스들도 이와 전망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핵심은 무작정 미국·AI 주식 비중만 늘릴 것이 아니라 옥석 가리기 및 지역·자산군·섹터별 분산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점입니다. ① AI '무지성 상승' 단계는 끝첫 번째 테마는 AI 트레이드의 2막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윌슨 골드만삭스 총괄은 "AI만 붙으면 모든 게 오르던(buy anything AI)" '무지성 상승' 장세에서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AI가 버블이라거나 AI 스토리는 이제 끝났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물론 버블의 요소도 있지만, 아직은 버블 붕괴를 걱정하기엔 이르다는 게 월가의 중론입니다. 윌슨을 비롯해 월가에선 AI가 사실상 현대판 우주 경쟁이자 패권 다툼의 최전선으로 여겨지는 만큼 AI에 대한 민간 투자는 물론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내년에도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다만 AI라는 테마와 기대감만으로 상승하던 초기 단계는 이제 끝나고, 투자자들은 AI로 인해 어떤 기업이 실제 매출과 수익을 올리고 구조적으로 수혜를 볼 것인지를 가리는 종목 선별이 핵심인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내년에도 AI 과잉 투자와 자금 조달,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핵심으로 한 버블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질 겁니다. 반대로 이렇게 더 깐깐해질 투자자들의 검증을 통과한 기업들은 주가가 더 오를 여지도 커지겠죠.

그래서 윌슨은 "지금이 장기 혁신에 분할 투자할 가장 좋은 시기"라고 강조합니다. 단기 변동성은 이어지겠지만 그 와중에도 구조적 성장 동력을 보유한 기술·혁신 기업에 대해선 장기적 관점에서 분할 투자를 꾸준히 하는 게 유효한 전략이라는 겁니다.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 소설 같았던 혁신이 현재의 대규모 AI 투자라면 현실화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윌슨이 꼽는 AI의 구조적 승자 영역은 반도체를 비롯한 컴퓨팅 하드웨어와 데이터센터, 전력 등 AI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 기업과 AI를 사업에 성공적으로 도입해 실질 생산성 향상을 주도할 기업들입니다. Mag 7 쏠림은 완화이런 맥락에서 최근 몇 년 간 상승장을 이끌어왔던 '매그니피선트 세븐(Mag 7)'의 주도권이 내년엔 약해질 수 있다는 게 월가의 공통된 전망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대형 기술주에만 자금이 쏠렸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지난 11월 이후 S&P 500 동일비중 지수와 소형주 지수인 러셀 2000은 시가총액 가중지수인 S&P 500과 Mag7, 나스닥 100보다 더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Mag 7과 대형 기술기업 내에서도 AI 경쟁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판단이 갈리고, 그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투자자들이 느끼는 기업에 대해선 수익 실현이 급격하게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Mag 7 주가가 부진할 것이란 얘기는 아닙니다. AI 시대에도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인 만큼 AI 버블이 터지고 약세장이 오는 게 아닌 이상 Mag 7에 대한 AI 투자자들의 선호는 한 순간에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다만 이제까진 Mag 7 중심의 기술주가 상승을 사실상 독점해왔다면, 이젠 다른 섹터로 랠리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월가의 중론입니다. 이는 곧 미국 증시의 집중 리스크가 해소되고, 더 건전한 상승장이 올 수 있다는 기대와도 이어집니다.


이달 초 15년 만에 Mag 7과 S&P 500 정보기술(IT)·통신서비스 섹터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야데니리서치는 "두 부문이 전체 S&P 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시가총액 기준 45.2%,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38.6%로 사상 최고치"라면서 "집중도가 높아짐에 따라 위험 대비 보상이 하락했기 때문에 더 이상 비중을 늘릴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술주를 '매도'하진 않겠지만 신규 투자는 저평가 섹터에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얘기입니다. 대신 월가에선 금융, 산업재, 헬스케어 부문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이 늘고 있습니다.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거나(헬스케어) 트럼프 정부의 재정 팽창, 제조업 투자 촉진,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정책 등으로 수혜가 기대되는(금융·산업재) 섹터들입니다. ② 비둘기 Fed와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둘째로 월가는 내년 Fed의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보다 고용 둔화를 막고 성장을 지원하는 한층 비둘기파적인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에 따라 달러에 대해서도 상대적 약세를 전망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윌슨 골드만삭스 총괄은 내년 5월 취임할 차기 Fed 의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케빈 해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국장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Fed가 내년 상반기에만 두 차례 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트럼프 정부에 보조를 맞춰 인플레이션이 약간 오르더라도 명목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경제 과열("run it hot")을 지원하는 통화 정책을 펼 것이란 전망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을 2.8%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인 2.5%를 상회합니다. 관세 부담 감소, 감세, 완화적인 금융 여건이 결합해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도 완화적 통화정책과 재정 부양책이 결합해 경기와 물가가 다시 상승하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벌써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기 방어주 대비 금융, 산업재, 에너지, 임의 소비재 등 경기 민감주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인 것이 대표적입니다. 금과 은, 구리 같은 귀금속과 원자재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인플레이션 상승과 달러 약세를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③ 구리, 새로운 금윌슨 골드만삭스 총괄은 원자재 상승장 속에서도 특히 구리에 대해 강세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력망, 냉각 인프라 등 AI 투자 확대에 따라 구리가 단순 경기 민감 원자재를 넘어 AI 인프라 필수 자원으로 재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윌슨에 따르면 2030년까지 구리 수요 증가분의 60%는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가 차지할 전망입니다.


여기에 미국이 2027년부터 정제 구리 수입에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져 최근 구리 비축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구리 재고 고갈로 가격은 더 뛰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현물 가격은 올 들어 40% 가까이 뛰었고, 최근 한 달 동안에만 10% 올랐습니다.

그럼에도 신규 광산 부족, 광산 업체들의 소극적인 개발 등으로 공급 탄력성이 제한적이다 보니 구리 가격에 대한 강세 전망이 늘고 있습니다. 씨티는 최근 내년 초 구리 가격을 톤당 1만3000~1만5000달러로 상향조정했습니다. 다만 원자재는 워낙 변동성이 큰데다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가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④ 미국 외 분산 투자 필수요즘 월가의 내년 전망 보고서에서 빠지지 않는 포인트는 '글로벌 리밸런싱'입니다. 달러의 구조적 약세, 강세장 3년차를 마무리하는 미국 증시의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미국 외 지역으로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이 내년 투자의 필수 테마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윌슨 골드만삭스 총괄은 "미국 주식 시장의 가치가 전 세계 다른 시장 대비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지수 집중도가 극도로 높은 상황"이라면서 "미국 증시가 초과 수익률을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올해 영국과 프랑스 증시가 나스닥을 능가하는 성과(달러 기준)를 보였다고 강조했습니다.


내년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게 월가의 전반적인 분위기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자산으로 미국 외 주식(42%)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미국 주식은 22%로 2위였습니다. 참고로 1년 전엔 미국 주식, 러셀 2000, 미국 달러 순이었습니다.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는 "'글로벌 리밸런싱' 테마가 '미국 예외주의'를 능가했다"면서 미국의 무역·산업·외교 정책이 중국(소비 촉진), 유럽(국방 강화), 일본(디플레이션 탈출 및 성장 촉진) 등 다른 국가들의 재정 부양책을 유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0년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주식의 연평균 수익률은 6.5%,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은 11%,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는 10%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⑤ 유럽에도 주목하라월가에서 분산 투자의 대상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지역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한국, 중국, 일본, 유럽입니다. 그런데 윌슨 골드만삭스 총괄은 그중에서 유럽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유럽 주식을 외면(sleep)해선 안 된다"는 건데요. 관료주의와 오랜 저성장의 늪에 빠졌던 유로존이 드디어 변곡점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근거가 재밌습니다. 그는 신고립주의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에 대한 정책 기조 변화가 유럽의 성장을 강제하는 요인이 될 거라고 보는데요. 실제 지난 4일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는 "미국이 세계질서를 아틀라스처럼 지탱하던 시대는 끝났다"면서 관세를 이용한 리쇼어링, 재산업화, 에너지 지배력 확보, 동맹에 대한 부담 전가를 장기 전략으로 못 박았습니다. 특히 유럽에 대해 과도한 표현의 자유와 이민 정책을 비판하면서 "문명 소멸에 직면해 있다"고 저격했습니다. 유럽의 동맹국들이 미국의 파트너로서 장기적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겁니다.

윌슨 골드만삭스 총괄은 이에 따라 미국의 안보 지원 약화, 관세, 중국발 경쟁 심화, 에너지 위기 같은 외부 충격에 직면한 유럽이 경제적·전략적 자립을 위해 마침내 투자 확대, 규제 완화 같은 실질적인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유럽 증시의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까지 고려하면 미국 외 다각화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죠.

물론 이런 유럽 증시 낙관론은 이견의 여지가 많습니다. AI 혁신 경쟁에서 이미 유럽은 한참 뒤처졌습니다. 또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주장하듯 반기업적인 유럽의 규제 정책, 유로존 국가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 관료주의 등은 하루 아침에 고치기 어려운 문제들입니다.


그럼에도 전 세계 부자들의 유럽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UBS가 억만장자 고객 8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향후 12개월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지역으로 63%가 북미(1위), 40%가 서유럽(2위·중복응답 가능)을 꼽았습니다. 1년 전엔 북미가 80%로 압도적인 1위, 서유럽은 18%로 3위였음을 고려하면 유럽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2026년 투자 리스크그렇다면 내년 투자자들이 조심해야 할 리스크는 무엇일까요? 첫째,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입니다. 리플레이션 정책 환경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보다 높게 오랫동안 유지될 경우 Fed의 금리 인하 여력이 시장 기대보다 좁아질 수 있습니다.

설사 정치적 압박에 따라 Fed가 금리를 적극적으로 내리더라도 단기 금리와 달리 채권시장이 결정하는 장기 금리는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전 세계적인 재정 적자 심화와 화폐 가치 하락은 이런 현상을 더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장기 금리 상승은 주식 투자자의 기대 수익률을 높이고 밸류에이션 확장을 제약하는 요인이지요. 실적이 없거나 현금흐름이 약한 기업들은 주가의 하락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둘째, 내년에도 이어질 AI 버블 논쟁입니다. 사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당시와 달리 지금은 AI 주도 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는데다, AI 버블론이 반복되면서 수익성이 없는 기업에 대한 투기적 성향은 억제되는 자정 작용이 동반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력에 대한 의문, 막대한 AI 데이터센터 대출의 돈줄이 되어온 사모대출 시장의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마다 오라클처럼 외부 자금 조달 수요가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AI 주가 변동성은 반복될 수 있습니다.

도이체방크는 "AI와 전력 수요, 정책적·지정학적 변화, 자본비용과 재정 등은 작은 변화에도 거시경제와 시장의 레짐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요인들"이라면서 "내년은 하나의 시나리오를 신뢰하기 어려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증시가 예상 못한 변수에 따라 위아래로 더 크게 움직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위험을 관리하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