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스 노트] 버핏은 AI 시대에 길을 잃었나

입력 2026-01-05 09:54
수정 2026-01-05 09:55
[에디터스 노트]

‘오마하의 현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 온 워런 버핏 회장이 지난 연말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며 공식 무대에서 퇴장했습니다. 1965년 경영난에 빠진 섬유 회사 벅셔해서웨이를 인수해 투자 회사로 탈바꿈하진 꼭 60년 만입니다. 이 기간 벅셔해서웨이 주가는 5만6000배 뛰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수익률(400배)을 압도합니다. 패러다임 전환기의 혼란을 헤쳐나갈 혜안을 기다리는 많은 이들이 그의 은퇴를 아쉬워합니다. 버핏이 없는 투자의 세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일부에서는 버핏이 인공지능(AI) 혁명을 따라잡는 데 실패했으며, 그의 퇴장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합니다. 확실히 그는 ‘구식’에 속합니다. 벅셔해서웨이는 벽돌 회사부터 철도 기업, 자동차보험사, 캔디 제조 업체까지 수십 개 자회사를 거느린 복합기업입니다. 주식 포트폴리오도 애플과 은퇴 직전 매입한 알파벳을 제외하면 구경제 일색입니다. 벅셔해서웨이 기업 웹사이트는 글자만 나열된 월드와이드웹(WWW) 보급 초기 1990년대 스타일입니다.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도 나와 있지 않아 연락을 하려면 오마하 주소로 우편을 보내야 합니다.

버핏이 쌓아 둔 막대한 현금도 ‘불길한 징조’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위기를 미리 예감한 현금화 전략이라고 하기엔 액수가 무려 3500억 달러(약 517조 원)에 달합니다. 넷플릭스나 코카콜라, 삼성전자를 통째로 살 수 있는 규모입니다. 고수익 기회를 찾는 그의 비범한 재능이 한계를 보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실제로 버핏은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성적을 내는 데 갈수록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2025년 벅셔해서웨이 A주 수익률은 10.98%(2025년 12월 18일 기준)로 S&P500(15.19%)을 밑돕니다. 시장을 주도한 AI 기술주는 그가 선호하는 소비재나 금융주처럼 10년 실적으로 보고 투자하기에는 변화가 너무 빠른 것도 사실입니다. ‘이해할 수 있는 비즈니스’만 산다는 원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과연 버핏은 AI 시대에 길을 잃은 것일까요. 은퇴 직전 단행한 알파벳 투자는 이 의문에 대한 그의 답변처럼 보입니다. 버핏은 왜 엔비디아가 아닌 알파벳을 선택했을까요. 버핏과 찰리 멍거는 2023년과 2024년 주주총회에서 AI 시대의 가치투자에 대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버핏은 AI 기술 자체를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 AI라는 도구를 통해 더 강력한 해자(진입장벽)를 구축한 기업을 찾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합니다. 엔비디아는 현재 시점에서는 압도적 1위지만 기술의 세계에서는 언제든 더 싸고 좋은 칩이 나올 수 있습니다. 벅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애플도 기술주가 아니라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필수 소비재로 봅니다. 기술주를 가치주의 관점에서 재평가한 것입니다.



장승규 한경머니 편집장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