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원화 실질가치…IMF 외환위기 수준 근접

입력 2025-12-19 10:38
수정 2025-12-19 10:46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지난달 실질 원화 가치가 전달에 이어 또 하락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IMF 외환위기 수준에도 근접했다.

19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REER)는 87.05(2020년=100)로 한 달 전보다 2.02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말(85.47) 이후 최저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86.63)에도 거의 근접했다.

실질실효환율은 세계 60개 교역상대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췄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지난달 원화의 REER 순위는 64개국 가운데 63위로 일본(69.4) 다음으로 낮았다. 원화는 올들어 지속해서 90선 초반으로 밀리더니 10월에는 80대까지 떨어지는 등 두드러진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달에 환율이 1480원대를 오가는 만큼 실질실효환율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질실효환율이 떨어질 경우 밀가루, 휘발유 등 필수 수입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뛰어 국민의 체감 부담도 커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월 수입물가지수는 전달보다 2.6% 올랐다. 올해 7월부터 5개월째 오름세다. 지난달 상승률은 작년 4월(3.8%)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환율도 치솟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원화로 달러 현찰을 살 때 가격이 1500원을 웃돌고 있다. 해외에서 체감하는 환율은 더 높다. 핀란드 헬싱키 공항의 경우 원화로 유로 현찰을 사들일 때 가격은 1890원을 웃돈다.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식품·철강·석유화학 업체들의 채산성도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질실효환율이 떨어지면 수출 대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더는 통용되지 않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이 10% 하락할 때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되레 0.29%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해외에서 원재료를 들여와 재가공해 수출하는 방식이 국내 제조 기업 사이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비싼 달러를 주고 원자재와 중간재 등을 사와야 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