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 공룡 통합…석유화학 구조조정 '급물살'

입력 2025-12-18 23:03
수정 2025-12-29 16:19

석유화학업계는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의 핵심 지역으로 전남 여수를 꼽는다. 3대 석유화학단지(여수, 충남 대산, 울산) 가운데 나프타분해설비(NCC) 규모가 연 641만t으로 가장 큰 데다 여러 기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GS칼텍스와 LG화학은 최근 시설투자를 마친 만큼 선뜻 구조조정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달랐다. 여천NCC가 3공장(연 생산량 47만t) 폐쇄를 결정한 데 이어 롯데케미칼과 GS칼텍스, LG화학도 통합을 전제로 하는 감산에 합의해서다.◇‘NCC 공룡’ 나온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는 국내 NCC업계를 상징하는 기업이다. 여천NCC는 단일 산업단지에서 가장 많은 에틸렌(연 228만t)을 생산하는 기업이고, 롯데케미칼은 국내외를 통틀어 에틸렌을 가장 많이 만드는 최대 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두 기업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선 이들 기업을 합쳐야 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여천NCC를 공동 운영하는 한화와 DL그룹이 반목하면서 다음 수순인 롯데케미칼과의 통합은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이랬던 여천NCC와 롯데케미칼이 합작하기로 한 만큼 에틸렌 감축 규모는 예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합작법인은 폐쇄를 결정한 여천NCC 3공장(연 47만t)에 더해 여천NCC 1공장(연산 90만t)과 2공장(연산 91만5000t),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123만t) 감축 여부를 놓고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감축 목표치(연 270만~370만t) 절반을 두 회사가 도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모두 정부 구조조정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생산량 감축 규모는 여천NCC 3공장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수산단 내 LG화학과 GS칼텍스도 최종 합의를 끝내고 구조조정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연산 200만t(120만t, 80만t) 규모 NCC 2기를, GS칼텍스는 연산 90만t 규모 NCC 1기를 가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설비가 노후한 LG화학 제1공장(120만t)을 닫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9일 기업들의 구조조정안을 전달받은 뒤 오는 22일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HD현대케미칼 등 10개 NCC기업 CEO들과 만난다. 지난 8월 자율협약식 이후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다. 김 장관은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 후속 지원과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을 주문할 것으로 전해졌다.◇정부 목표는 달성할 듯업계는 여천NCC와 롯데케미칼의 통합 논의로 정부의 감축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먼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대산산단은 에틸렌을 연 110만t 생산할 수 있는 롯데케미칼 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 HD현대케미칼이 보유한 NCC(연산 85만t)는 그대로 가동한다. 여기에 여천NCC 3공장(47만t)과 LG화학 여수 1공장(120만t)이 추가로 폐쇄되면 감산 규모는 252만t에 이른다.

울산 석유화학 3사(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대한유화)는 막바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석유화학사업 재편 용역을 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SK지오센트릭이 연산 66만t 규모 NCC 문을 닫고, 이 회사 폴리머공장은 에쓰오일 또는 대한유화와 공동 경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전체 감산 규모는 318만t으로 불어난다. 일각에선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3사가 일정 규모씩 에틸렌 생산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안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우섭/박재원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