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3년 만에 미국 현지 법인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늘어나고 있는 미국 내 개인·기업 고객의 금융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내년부터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가 본격화하는 만큼 미국 시장을 차세대 글로벌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23일 미국 현지 법인 하나뱅크USA에 1억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나뱅크USA는 하나은행이 미국 뉴욕에서 영업 중인 브로드웨이내셔널뱅크(BNB)를 인수해 2013년 출범했다. 올해 들어서는 10년 이상 이어진 하나뱅크USA에 대한 미국 금융당국의 제재도 모두 해제됐다.
하나은행이 하나뱅크USA를 대상으로 유상증자에 나선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016년과 2022년 각각 3650만달러, 6500만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개인·기업 대출 공급 여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하나뱅크USA의 대출 가능 한도는 고객당 기존 1600만달러에서 3200만달러로 불어난다.
현지 교민 등을 위한 리테일 금융 서비스도 재정비한다. 기존에는 임대사업자 위주로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했지만 내년부터는 일반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홈 모기지론’을 선보일 계획이다. 비대면 계좌 개설과 모바일 해외 송금 서비스도 도입한다.
하나금융은 하나뱅크USA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하나금융은 미국에서 하나뱅크USA를 포함해 하나뉴욕파이낸셜, 하나LA파이낸셜, 하나은행 뉴욕 지점 등 3개 법인과 1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 뉴욕 지점은 투자은행(IB) 영업, 글로벌 우량 기업 여신을 담당한다. 하나뉴욕파이낸셜과 하나LA파이낸셜은 미국 동부 및 서부에 진출한 국내 기업 여신을 취급한다. 이들 법인과 지점의 합산 대출 잔액은 지난 10월 말 기준 총 38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2020년 대비 69% 증가한 수준이다.
내년부터는 미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의 대출·외환 관련 금융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관세협상에 따라 내년부터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가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추가 거점 확대도 구상 중이다. 하나금융은 8월 하나뱅크USA LA 지점을 열었다. 하나금융이 미국에 신규 거점을 세운 건 22년 만이다. 국내 기업 진출이 이어지는 텍사스 등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정부가 한·미 투자 기반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정책 방향에 화답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