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민연금을 청년 공공주택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제 취임식에서 “오래된 꿈”이라며 “내 집 마련 후로 결혼을 미룬 청년들과 보금자리를 원하는 신혼부부를 위해 국민연금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발언은 상당히 부적절하다. 현행법상 이사장 개인이 기금 운용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최종 투자 결정권은 정부 부처와 전문 인사들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 있다. 물론 이사장이 위원직을 맡고 있지만, 기금 운용에 이런 식으로 개입하는 것은 독립성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 보건복지부가 “이사장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국민연금이 왜 한국의 주택 문제 해결에는 나서지 않느냐고 반문했는데, 비교 대상 자체가 잘못됐다. 국민연금의 해외 부동산 취득은 오로지 수익을 위한 것이다. 낮은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해 많은 임대료를 받거나 높은 가격에 되파는 것이 투자 목적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택을 대상으로 이런 식으로 투자한다면 청년들이나 무주택자가 가만있겠나. 반대로 연금의 주택 투자가 수요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뤄진다면 수익률을 희생해야 한다. 애초부터 투자수익률과 값싼 주택 공급은 양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그렇게 많은 주택을 짓고도 비금융 공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부채(약 140조원)를 진 이유가 있다. 주택문제 안정이라는 공공 목표를 위해 임대료나 분양가에 개발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2017년에 이어 이번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을 두 번째로 맡았다. 낙하산 논란이 거셀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의 지역구는 공단 본부가 있는 전주병이었다. 그런 사람이 국민연금의 성격이나 투자 구조를 모를 리가 없고 발언의 파장을 사전에 가늠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없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도대체 어떤 의도로 연금 운용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을 하게 된 것인가. 혹여 다음 정치적 행보를 위한 목적에서라면 지금이라도 이사장직을 사양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