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공기 줄이는 '모듈러 주택'…활성화 속도낸다

입력 2025-12-18 17:53
수정 2025-12-18 23:54
규모의 경제 문제와 낮은 수익성으로 지지부진하던 모듈러(조립식) 건축 시장 형성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듈러 특별법’ 제정에 나서는 등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기존 공법에 비해 30%가량 높은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게 관건이라고 평가한다. 모듈러 주택은 구조물의 핵심 부분을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레고처럼 조립하는 건축 방식을 의미한다. ◇진흥구역 만들고 규제 특례
18일 건설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앞서 ‘9·7 주택 공급 대책’에서 모듈러 공법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선정한 데 이어 이날 국회에서 관련 공청회를 열고 제도 개선에 관해 논의했다.

특별법은 설계·감리·품질관리 등 모듈러 관련 법적 기준을 정하고, 규제 해소와 인센티브 지원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현재는 모듈러 특징과 맞지 않는 현장 공사 중심의 각종 건설 기준·규제가 적용돼 제도 활용이 저조하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우선 ‘모듈러 건축 활성화 기본계획’(5년) 및 시행계획(1년)을 수립하고 중요 사항 의결을 위한 ‘모듈러 건축 심의위원회’의 설치·운영 근거를 마련한다. 또 현장 공사와 구분되는 모듈러 맞춤형 표준 기준을 제정하고 공공 부문부터 우선 적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모듈러 건축물 보급 확대와 신기술 실증 등을 위한 ‘모듈러 건축 진흥구역’도 도입한다.

각종 인증과 평가제도도 마련한다. 건축용 모듈을 제작하는 공장의 제조 시스템과 품질 관리 역량을 평가하는 ‘모듈러 생산 인증 제도’를 신설해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 건축물 공사에는 인증 모듈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했다. 생산 인증 모듈을 사용한 건축물의 기술 수준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고, 일정 등급 이상의 모듈러 건축물에 각종 인센티브와 규제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공기 단축…경제성이 관건정부가 모듈러에 주목하는 것은 공사 기간과 안전 등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많아서다. 모듈러 건축은 주요 자재를 공장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기존 철근 콘크리트 공법보다 공기를 20~30% 단축할 수 있다. 작업 대부분이 실내에서 이뤄져 안전관리가 쉽고, 날씨 변수로 공사가 중단되는 일도 적다.

인력난 부담이 커진 건설업계도 모듈러 주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GS건설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는 이달 초 강원 춘천시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에 목조 모듈러로 지은 직원 기숙사 단지(드림 포레스트)를 준공했다. 앞으로 단독주택에서 단지형 모듈러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기 시흥거모 공공주택지구에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14층짜리 ‘스틸 모듈러 아파트’(801가구) 건축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사전제작 콘크리트(PC) 라멘조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킨 ‘PC 라멘조 모듈러 공법’을 개발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로봇·인공지능(AI) 기반 목조 모듈러 주택기업인 공간제작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아파트 단지 부속시설에 목조 모듈러 기술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DL이앤씨 산하 미래기술센터는 건축구조모듈러팀을 통해 모듈러 상품을 개발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현대제철과 함께 연구소 ‘H(모듈러)-랩’을 설립하는 등 모듈러 주택 기술 실증에 집중하고 있다.

수익성 문제, 기술 완성도, 비용 절감 등 넘어야 할 걸림돌도 적지 않다. 아직은 대량 발주가 가능한 시장 규모가 아니어서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수익성도 낮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7월 수익성 문제로 모듈러 사업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공공 발주만으로는 모듈러 건축 시장이 커지는 데 한계가 있다”며 “세제나 금융 지원 등 민간 시행사와 건설사의 참여를 독려할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